매일신문

[최미화 칼럼] 평화협정에는 평화가 없다

미군 주둔 한반도 전쟁억지력 핵심

북한'중국 주장하는 평화협정 허상

완전한 핵 포기 후 정전협정 변화를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세계를 제패한 이는 칭기즈칸이다. 칭기즈칸의 하루 진군 속도는 무려 800㎞에 달했다. 몽골군이 쳐들어온다는 소식보다 더 빠르게 일사천리로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휩쓸었다. 칭기즈칸은 흑사병 사체를 적진에 던져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세균전을 쓰기도 했다.

몽골 이래, 오스만튀르크,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가 차례로 세계무대를 장악했고, 뒤이어서 나폴레옹의 프랑스, 그리고 영국에 이어 20~21세기는 미국이 패권 국가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혹자들은 1978년 개혁개방 이래 8년마다 GDP가 두 배씩 성장한 중국이 미국과 패권을 두고 다툰다고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아직 중국은 좀 멀었다.

ICBM 등 핵무기가 중국에는 수십 개, 미국에는 수천 개나 있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고 하는 소리만은 아니다. 미국의 펜타곤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미군기지는 737개이다. 중국은 해외 군사기지가 하나도 없다.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나라 미국이 그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역설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젊은 미군들이 피를 흘리고,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예산안 자동 삭감 조치에 의해서 좀 줄어들긴 했지만, 2012년 미국의 국방비는 7천100억달러였다. 이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200개 국가의 군비를 합한 것보다 더 많다. 달리 표현하면 다른 200개 국가가 다 연합해도 미국은 끄떡없이 이길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을 갖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미군이 대한민국에 주둔한 것은 1953년 휴전 이후, 한반도 전쟁억지력의 핵심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북한의 도발과 위협, 테러가 터졌음에도 우리가 평화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정전하면서 이승만 대통령의 요구로 일본보다 더 먼저 맺은 한미동맹 덕분이었다. 한미동맹과 정전협정은 대한민국의 전쟁억지력과 직결된다. 전쟁을 겁내서는 평화를 지키기가 힘들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 하지만, 전쟁이 나서 이기는 것보다 전쟁이 터지지 않는 환경과 외교를 펼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런데 요즘 북한과 중국의 한미동맹과 정전협정 흔들기가 노골적이다. 북한은 오는 11월 대선을 치를 미국의 정권 교체기를 묘하게 파고들면서, 지난 60여 년간 한반도 전쟁 재발 방지를 성공적으로 이룩한 한미동맹을 없앨 궁리를 하고 있다. 이미 북한은 4차 핵 도발 직전, 평화협정 카드를 갖고 대한민국 몰래 통미봉남을 시도했고, 중국은 대북 제재와 평화협정을 맞교환하려고 노리고 있다.

28일 방한한 북핵 6자회담 중국 측 우다웨이 수석대표는 "한중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어떠한 문제도 서로 토론할 수 있다"고 했으나 북한이 무너지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 중국은 '순망치한'의 논리를 앞세우며 북한의 핵-미사일 연계 도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간 요청도 들은 체 만 체했다.

6'25 때 중공군의 개입은 남북 분단을 고착화시킨 주범이다. 교역 규모가 커졌다고 해서 중국이 대한민국의 안보를 결코 지켜줄 수 없다.

북한과 중국에 속으면 안 된다. 평화협정에는 평화가 없다. 최근에는 유엔의 대북 제재와 사드 배치 문제 등에서도 정작 당사국인 대한민국의 의견은 배제되는 묘한 기류가 우려된다.

중국과 북한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순간, 데프콘3로 유지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는 깨어진다. 끊임없이 북핵 6자회담을 하다가 말다가 하면서 결국은 핵 도발로 끌고 가는 북한의 속성은 대한민국이 가장 잘 안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3만8천 명의 미군이 피 흘리고 죽어간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 대한민국과 모든 것을 털어놓고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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