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라이온즈파크 주인은?

대구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달구벌대로에 새로운 '대구의 랜드마크'가 탄생했다. 대구를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홈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대공원역에서 내리면 바로 만날 수 있는 메이저리그 구장 부럽지 않은 좋은 시설을 갖춘 관중 친화적인 구장이다.

얼마 전 대구 시내에서 경산 방면으로 운전하다 새 야구장으로 진입하는 연호동 솔정고개 입구에서 깜짝 놀라 소리쳤다. "왜 삼성라이온즈만 보이지." 야구장 이름이 새겨진 간판에 대구와 파크가 보이지 않은 것이다. 같이 차를 탄 사람도 라이온즈파크만 보인다고 했다.

가까이 다가가니 푸른 색 로고의 삼성라이온즈 양옆에 대구와 파크가 희미하게 보였다. 아마 오후 시간대에 햇빛에 가려 일시적으로 글씨 전체가 보이지 않은 것으로 믿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든 이유는 무엇일까. 야구팬 이전에 대구 시민이기에 '대구'란 간판 글자에조차 관심을 둔 것이다.

그런데 19일 공식 개장을 앞둔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라이온즈파크에 대해 짚어야 할 점이 있다. 라이온즈파크의 주인은 누구인가? 간판에서 풍기는 주인은 대구와 삼성이다. 실제도 그렇다. 전체 공사비 가운데 대구시가 3분의 2, 삼성그룹을 대표해 삼성전자가 3분의 1 정도를 투자했다.

투자한 대로라면 새 야구장의 주인이 대구시라야 하는데 도무지 대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구시가 삼성전자와 25년간 광고 이용 권리를 포함한 사용권을 넘겨주는 계약을 했기에 삼성이 주인이 된 셈이다.

새 야구장을 가진 삼성그룹은 이제 야구장 마케팅을 해 국내에서 새로운 프로야구단의 운영 모델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구단 운영 주체도 제일기획으로 바꿨다. 기업 홍보 목적으로 출범한 프로야구단을 수익 창출 중심으로 돌려놓겠다는 복안이다. 자생력 있는 구단은 미국에서 출범한 프로야구의 본질이기에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우리나라도 이제 프로야구의 본질을 찾을 때가 됐다는 게 삼성의 논리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이기에 역시 발 빠른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에 동조하는 세력도 있다. 프로야구와 산업을 함께하는 일부 언론 관계자들은 노골적으로 이를 부채질했다. 이들은 삼성의 입장에서 연고 도시인 대구시에 투자를 주문하고, 이를 미화했다. 마침내 대구시가 앞장서서 만든 훌륭한 새 야구장이 탄생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삼성그룹은 새 야구장이 탄생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마케팅 논리를 펴고 있다. 삼성그룹의 치밀한 전략일까. 많은 대구시민과 야구팬은 의아해한다.

삼성그룹은 앞으로 야구단을 어떻게 운영할까. 일단 제일기획이 삼성 라이온즈의 새 주인이 되었지만, 제일기획이 프랑스의 광고회사 '퍼블리시스'로 매각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대구와 야구를 사랑하는 삼성 라이온즈 팬들로서는 최근의 종잡을 수 없는 상황에 삼성그룹을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밖에 없다.

제일모직이 대구에서 떠나고 삼성상용차가 대구에 자리 잡지 못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대구와 삼성그룹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대구에서 쌓은 인연을 다 까먹었다. 삼성과 대구의 연결고리라곤 박근혜정부 들어 출범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제외하면 야구단뿐이다.

그런 야구단이 돈벌이를 선언하면서 어쩌면 1982년 출범 후 수시로 제기된 '탈대구'를 시도하는 느낌이다. 지역의 야구장 광고주들은 새 야구장의 갑절로 뛴 광고 단가에 피해를 보고 있다. 팬들은 이전과는 달리 구단이 전력 강화를 외면, 성적 하락이 불가피해졌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라이온즈파크는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는 등 대구시가 연고 구단을 위해 특혜를 주며 건립한 구장이다. 시민 친화적인 야구장이 되길 바라지만, 곳곳에 시민들의 주머니를 터는 돈 냄새가 풍긴다. 삼성 라이온즈와 대구가 영원히 함께하길 바란다면 어리석은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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