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아침부터 아파트 앞 큰 도로를 지나는 지게차의 확성기에서 선거 구호가 한창이다. 4·13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 반짝하고 선거철이 지나면 머슴을 자처하며 지역구민들에게 '폴더' 인사를 멈추지 않던 이들 중 대부분은 자신이 속한 정당을 위해 충성도 겨루기에만 몰두할 것 같다. 피식하고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당사자들은 목이 쉬도록 지역구민을 위하여, 국가를 위하여 일하고 싶다고 외치는데 말이다.

내 눈에는 이런 선거 유세가 빅 코미디로 보인다. 예를 들면 '고졸신화'를 내세운 타지역의 한 여성 후보가 당선을 생일 선물로 받고 싶다며 눈물로 호소한 촌극이 바로 코미디가 아닐까? 문득, 17세기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가 민중의 감정과 건전한 정신을 거칠지만 생생하게 표현한 희곡 '위선자'가 떠올랐다. 또 이것에 정치가들을 동물들로 희화화해 신랄하게 비웃는 캐리커처나 포토몽타주가 오버랩됐다.

최근 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세계 최대 복지국가인 스웨덴의 국회의원들을 취재한 이 다큐멘터리의 핵심적인 내용은 국회의원들이 특권의식 없이 오로지 국민의 행복을 위해 봉사하는 의무를 철저히 지킨다는 것이다. 막연하게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거창한 슬로건 대신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정치가 만든 제도가 계층 간의 차이를 좁혀 복지국가, 법치국가를 실현하도록 구체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월급이 1인당 국민소득의 5.6배인데 비해, 스웨덴 국회의원의 월급은 1인당 국민소득의 1.2배에 불과하다. 또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개별 보좌관 없이 일한다. 그런 걸 보면 그들은 봉사정신으로만 정치에 임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여러 전문가 자문단과 모든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국회 정책사무소가 국회의원들에게 필요한 것을 지원하고 있다. 정치인 스스로 만들어 국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정치인정보공개시스템'은 스웨덴을 투명한 사회로 구축했다. 국민들과 한 약속은 철저하게 지킨다는 스웨덴 국회의원들의 신조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실현가능성 없는 공약만 남발하는 점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내 지역구 의원을 뽑으려면 후보들의 정책안에 대해 살펴보고 싶은데, 후보들이 내놓은 정책안은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이라 선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인들의 각성을 기대하며, 정치 및 선거 냉소자인 나부터 국민의 권리인 투표를 함으로써 좋은 정치가 만든 제도 덕분에 국민이 행복해지는 사회를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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