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용선 효성청과 채소류 경매사…대구경북서 금녀벽 깬 유일한 여성

"주부 9단의 안목으로…좋은 농산물 제값 받아야죠"

대구 북구 매천동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대구경북 유일의 여성 현장 경매사인 조용선 시가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 북구 매천동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대구경북 유일의 여성 현장 경매사인 조용선 시가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빨간 모자에 새겨진 '경매사' 글씨가 선명하다. 푸른빛 경매 점퍼 안의 핑크색 블라우스와 경매 모자 뒤로 늘어뜨린 파마머리가 조금은 어색하다. 빨간 모자의 경매사는 해방 이후 남성의 상징처럼 돼 버렸기 때문이다. 대구 북구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만난 조용선(41) 경매사는 대구경북에서 유일한 여성 현장 경매사다. 효성청과에서 3주 전부터 채소류 경매를 보고 있다.

"경매사 자격증을 가진 여성은 많지만 현장에서 직접 뛰는 여성 경매사는 대구경북에서 유일하고 전국에서도 보기 드물다고 들었어요." 그간 경매사는 금녀의 직업처럼 여겨졌다. 꼭두새벽 경매에서부터 상대적으로 거친 시장 일을 여성의 몸으로 부딪히기엔 한계가 있어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조 씨는 이런 벽을 깨뜨린 개척자로 통한다. 현재 대구에는 60명의 경매사가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농산물 유통계의 펀드매니저로 불리길 원한다. 농부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농부들의 가장 큰 행복은 자기가 가꾼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때입니다. 농부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녀의 아버지도 현재 상주에서 배 농사를 짓고 있으며, 그녀도 어려서부터 고사리 손으로 농사일을 도왔다. 농심(農心)이 용기가 됐다.

"자녀를 셋이나 뒀고, 2002년 경매사 자격증을 따고서도 10여 년간이나 현장 일이 두려워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늦출 수 없다는 생각이 커서 현장 일에 나섰습니다."

효성청과의 배려도 힘이 됐다. 그는 "회사에 의사를 전달하니 흔쾌히 승낙해 주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효성청과 김윤식 대표는 "거친 경매 영역에도 이젠 섬세한 여성의 손길이 필요한 때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효성청과는 4년 연속 전국 농수산물 도매법인 전국 1위, 2014년 농산물도매시장 중앙평가에서 전국 83개 공영도매시장 중 4위의 우수법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조 씨는 "주부 9단의 안목과 식견으로 경매 일을 해 나가겠다. 대구경북 1호 여성 경매사가 된 만큼 여성 경매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잘 닦인 길을 열어주는 게 목표"라고 했다.

아직은 경매 마이크보다는 노래방 마이크가 더 익숙하다는 조용선 경매사. 시장을 찾은 농가의 수입에 보탬이 된다는 생각에 오늘도 그는 새벽 경매를 위해 잠을 설칠 각오가 돼 있다. "여자라고 주저하지 마세요. 경매사, 더 이상 남성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문은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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