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성(67'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씨는 대구도시철도 반월당역 부근에서 한문 교실을 열고 있는 훈장님이다. 2년 전부터 명심보감과 한자 자격증 강의를 했고, 요즘은 논어를 가르친다.
어릴 때부터 한문을 익혔다는 김 씨는 유머와 위트를 섞어가며 지도한다. 한자에 자신이 없다며 머뭇거리던 수강생도 "논어를 배우면서 기초를 익히면 된다"는 그의 말 한마디에 미소를 짓는다. 소문을 듣고 오는 분이 많아 20석의 강의실이 늘 비좁다.
김 씨는 퇴직자 20여 명이 모인 '락희(樂喜) 동심회'에서도 한문 교실 봉사를 하고 있다. "논어는 20편, 516장으로 글자 수는 1만2천 자입니다. 특히 논어는 배우는 일(學而時習之)로 시작해서 사람다운 사람(知人)으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동서고금에 수많은 책이 있지만 배울 학 '學'자로 시작하는 책은 오직 논어밖에 없습니다. 논어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한 즉, 군자가 되기 위한 지침서이지요."
대구교육대학교를 졸업한 김 씨는 평생을 교직에 몸담았다. 2010년 청천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 퇴임할 때까지 무려 42년 6개월 동안 교편을 잡았다. 재직한 학교마다 어린이 글짓기 교실을 만들어 지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교육자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년에 명심보감을 배웠지만 오랜만에 다시 한자를 접하니 생소한 느낌이 드는데 누군가 인쇄물을 전해준다. '哀公이 問曰 何爲則民服이니잇고. 孔子對曰 擧直釣諸枉 則民服하고 擧枉釣諸直 則民不服이니이라.' 우리말로 옮기면 이런 뜻이다. '애공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백성이 복종합니까?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곧은 사람을 등용해서 굽은 사람 위에 올려놓으면 백성들이 복종하며, 굽은 사람을 등용해서 곧은 사람 위에 올려놓으면 백성들이 복종하지 않습니다.'
이는 논어의 위정편 제19장 내용으로, 선거철에 일침이 될 만한 가르침이다. 득인과 용인은 두루 인사(人事)에 관한 요소이니 인사가 만사라는 뜻이다. 정치나 경영이나 가정이나 모든 것이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不知命 無以爲君子也. 不知禮 無以立也. 不知言 無以知人也이란 말이 있습니다. 천명(天命)을 자각하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고, 예(禮)를 알지 못하면 세상에 나가 설 수가 없고, 남의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한다는 뜻이지요."
수필가인 그 자신도 이런 글을 남겼다. '이름 석 자 남기려고 딱딱한 비석을 파지 말라. 네거리에 오가는 사람들 입이 그대로 비석이다. 평생 남을 향해 눈살 찌푸릴 일 하지 않으면, 세상에 나를 향해 이를 가는 사람 없다.' 우리 본래의 모습이 걸어다니는 비석이라는 글귀에 '수신제가'(修身齊家)라는 한마디가 떠올랐다.
그를 만나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노여움을 품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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