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PRESS'(인쇄를 멈추다)…our final printed edition(마지막 인쇄판) 1986~2016.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1면을 이렇게 장식하고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했다.
인디펜던트는 한때 40만 부까지 발행하며 '가디언'과 함께 영국의 양대 일간지로 꼽혔던 신문이다. 그러나 최근 유가 부수가 4만700부 수준으로 급감해 연간 적자 규모가 400억원에 달하자 창간 30년 만에 폐간을 결정한 것이다. 인디펜던트는 이 날짜 사설에서 "오늘 윤전기는 멈췄다. 잉크는 말랐고, 신문은 더 이상 접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 장이 끝나면 또 다른 장이 시작된다…"고 썼다.
'또 다른 장'은 온라인에서 시작됐다. 인디펜던트는 4만 명의 종이신문 독자를 포기한 대신 일일 평균 페이지뷰 280만 건에 이른 온라인 독자에 희망을 걸었다. 인디펜던트 발행인 레베데프는 "온라인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올해 웹사이트 광고 수익이 50% 이상 성장할 전망" 이라며 "인디펜던트를 세계적인 디지털 뉴스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3년 전 미국에서도 주목할만한 '사건'이 있었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최고경영자인 제프 베조스가 2013년 8월 미국의 대표적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를 인수한 것이다. 베조스는 사양산업으로 치부된, 그것도 7년째 매출 감소로 적자에 허덕이던 WP를 인수해 불과 2년 만에 놀라운 성과를 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WP의 종이신문 발행 부수는 34만 부(미국 발행부수공사기구 집계)로 인수 전보다 18% 줄었지만 온라인 순 방문자 수(UV)는 2천600만 명에서 7천200만 명으로 급성장했다.
베조스의 마법은 어디서 나온 걸까. 그는 프린스턴대 전기공학도 출신이자 IT 기업가였다. 아마존 닷컴을 세계 최대 온라인 종합쇼핑몰로 키운 것도 그의 전공 덕이었다. 베조스는 WP를 혁신하면서 아마존에서처럼 IT 기술을 적용했다. 이른바 '뉴스 콘텐츠의 디지털화'였다. 전통적 기사 생산 시스템을 버리고 PC, 모바일, SNS 등 다양한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기술과 자본을 집중 투자했다.
이를 위해 편집국에 아마존 컴퓨터 기술자와 유능한 웹 개발자를 불러들였다. 콘텐츠를 쉽게 생산, 가공, 유통할 수 있는 콘텐츠 관리시스템(Contents Management System)도 직접 개발했다. 종이신문의 윤전기 격인 CMS는 뉴스 디지털화의 핵심이자 디지털 퍼스트를 추구하는 세계 언론사들의 필수 아이템이 됐다.
WP 편집국은 기자와 웹 개발자가 함께 근무하는 풍경이 일상화됐다. WP는 이제 지난 80년 동안 그레이엄 가문이 운영했던 그 신문사가 아니다. 그들은 스스로 '디지털 회사'로 부르고 있다.
국내 신문 환경도 영국, 미국과 다르지 않다. 신문 발행 부수는 갈수록 줄고, 10, 20대는 더 이상 종이신문을 들지 않는다. 이들은 완전한 디지털 독자다. 문제는 이들이 미래의 고객이란 점이다. 인디펜던트의 결단이 남의 일 같지 않다. 혁신이 왜 필요한지를 WP는 역설한다.
모든 뉴스가 포털로 통하는 독특한 뉴스 유통 구조도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지난 10년간 신문사들이 온라인 방문자 수를 손쉽게 포털 검색 제휴에 의존하며 기술 투자를 게을리해 온 동안, 포털은 디지털로 무장한 뉴스 유통을 독점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일이다.
4월7일은 신문의 날이다. 120년 전 오늘 독립신문은 창간사에 이렇게 썼다. "정부 관원이라도 잘못하는 이 있으면 우리가 말할 터이요…사사로운 백성이라도 무법한 일을 하는 사람은 우리가 찾아 신문에 설명할 터…." '비판'과 '기록'을 생명으로 하는 신문의 존재 이유를 곱씹게 하는 대목이다. 결국 신문이 살아야 지역이, 나라가 산다. 신문의 디지털 혁신이 필요한 진짜 이유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