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소'까지 하는 걸 보니, 위기이긴 위기인가 보다.
새누리당 이야기다. 4'13 총선 새누리당 대구 후보들이 6일 두류공원 대구문화예술회관 앞에 모여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대구시민들의 꾸준한 사랑에도 보답하지 못했다는 반성과 20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집안 싸움에 매몰돼 후진적 정치성을 보여준 데 대한 사죄가 주 내용이었다.
모두가 무릎을 꿇고 빌었다. 김문수 후보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당의 공천 파동을 사죄하며 멍석을 깔고 100배 사죄까지 했다. 구구절절함을 넣어 버무렸으나 통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벌써 두 번째 호소다. 앞서 최경환 새누리당 대구경북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공식 선거운동 시작 전인 지난달 30일, 비슷한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었다. '심려' '송구' '사죄' '부탁'이란 단어가 수없이 반복됐었다. 약발이 안 먹혔는지 이날 다시 한 번 시민들 앞에 선 것이다.
그런데, '목적'이 뻔히 보이니 뭉클한 감동은 없다. 되레 "무시할 땐 언제고…"라며 혀끝을 차는 시민의 말이 더 와 닿는다.
공천이 끝났는데도 전국의 시선이 여전히 '대구'로 향해 있는 건 이색적인 풍경이다. 새누리당 작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던 대구 아니었던가. 당 대표로부터 '동메달' 말까지 들었던 대구 국회의원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대구 출신 공천관리위원장은 대구를 마치 떡 주무르듯 했고, 그래도 되는 줄 알았던 대구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번엔 대구 민심이 가만있질 않는다. 꿈틀거림이 예사롭지 않으니, '진박논란' '공천 파동'을 좇아 대구에 시선을 뒀던 서울의 언론마저 대구발(發) '바람'을 지켜보느라 발길을 거두지 못한다. 몇몇 지역구엔 '격전지'라는 딱지까지 붙였다.
새누리당은 적잖게 당황했고, 무소속 및 야당 후보들은 현장에서 '민심의 분노'를 체감하고 있다며 고무돼 있다. 공천 파동으로 대구 자존심이 무시당한 데다 박근혜 대통령 이후 새로운 정치 지도자에 대한 갈망이 복합적으로 이뤄져 이번만큼은 표심이 일방적인 여당 몰아주기로 흐르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 분위기다.
예전 같으면 당선 축하용 샴페인을 만지작거렸을 이맘때 새누리당은 엎드리고 또 엎드리고 있다. "우리가 만든 박근혜정부가 2년이나 남아 있다"며 박 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애정마저 거두지 말라고 애원하고 있다. 민심은 과연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가. '용서'일까, '심판'일까. 며칠 뒤면 개봉될 대구 민심이 쓴 답안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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