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융권 '친박 낙하산' 총선 틈타 내리꽂기

기관장·감사 자리 속속 꿰차…신용보증기금 노조 강력 반발

4'13 총선을 뜨겁게 달구었던 '진박' 논란이 금융권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금융권 인사에서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친박 인물들이 기관장부터 감사 자리까지 속속 꿰차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 정국으로 혼란스러운 틈을 타 박근혜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부터 여당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에 이르는 '보은 인사'가 남발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은 최근 김기석 전 국회의원을 공석인 감사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내정자는 김대중 대통령 특보를 지내다 지난 2004년 국회에 진출한 정치인으로, 2012년 대선 당시 전국 호남향우회 총연합회 상임고문으로 있다가 박근혜 캠프로 자리를 옮겼다. 김 내정자는 캠프 내 직능총괄본부에서 상임총괄본부장으로 임명돼 '친박' 인사로 분류된다.

신용보증기금 노조는 7일 성명을 내고 즉각 반발했다. 노조는 "신임 감사 내정자가 경력상 우리 기금과는 어떠한 연관성도 없는 정치인으로, 기금운영에 대한 전문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다. 그간의 선임절차는 모두 요식행위였을 뿐이고 결국 현 정부의 입김이 반영된 낙하산 인사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로 규정짓고 강력한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했다.

앞서 한국예탁결제원도 1일 친박계인 서병수 부산시장 선거캠프 출신인 김영준 씨를 상무로 영입해 예탁결제본부장 자리에 앉혔다. 금융권 경력이 전무한 만큼 내부 반발이 일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2014년에도 '정피아' 출신 감사를 선임해 노조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은행연합회에도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가 전무에 내정됐지만 지난달 25일 열린 공직자윤리위 취업심사에서 재심 끝에 임용 보류됐다.

4월 총선이 끝나면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 논공행상을 위해 본격적인 친박 낙하산 투입이 진행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KB국민은행 등의 감사 자리가 비어 있는데 공천과정에서 컷오프되거나 선거에서 떨어진 정치권 인사들을 채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돈다.

금융기관뿐 아니라 공공기관 전체로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가능성도 있다. 실제 한국중부발전과 한국동서발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이 최근 감사를 새로 선임했는데 모두 전문성 없는 '친박' 정치권 인사로 교체됐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가 오게 되면 임기 중 반은 업무를 파악하고 조직에 적응하는 데 써야 한다. 당연히 조직 역량이 약화되고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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