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돌아오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금품선거는 옛말이 됐지만 여전히 선거는 막대한 자금력을 필요로 한다. 그해 유행 노래를 리메이크한 선거송을 사야 하고, 유세차량과 선거운동원을 움직이려면 또 돈이 든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의 빌딩에는 후보자 얼굴과 기호번호, 이름, 캐치프레이즈 등이 적힌 현수막도 내걸어야 한다. 이처럼 화려한 선거운동 이면에는 국민이 낸 혈세가 자리하고 있다. 4년마다 치르는 국회의원 선거비용은 어떻게 될까? 또 내가 행사하는 소중한 한 표의 가치는 얼마일까?
◆내 한 표의 가치는 7천113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제20대 총선의 선거 예산액은 모두 2천858억2천700만원이다. 4년 전 19대 총선 집행액(2천393억6천100만원)과 비교하면 19.4%(464억6천600만원)가량 증가한 액수다. 여기에는 선거를 치르기 위한 투개표 관리, 홍보, 감시 단속 등 행정적 업무처리 비용(1천921억1천800만원)과 각 지역구 후보자의 선거운동 비용(937억900만원)이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이번 4'13 총선에서 유권자 한 명이 행사하는 투표권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20대 총선 유권자는 총 4천18만5천119명이다. 전체 선거비용 예산액을 유권자 수로 나눠보면 1인당 약 7천113원의 값어치를 지닌 것으로 계산된다. 즉 유권자가 행사하는 1장의 표 값이 7천원인 것이다.
지난 19대 총선의 투표율은 54.2%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 투표율도 비슷하거나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천만 명 정도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지 않는 셈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1천400억원가량의 돈이 권리 행사에 쓰이지 못하게 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많은 비용이 선거경비에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많은 유권자가 꼭 투표해서 자신의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는 등 투표율을 높이고, 올바른 선거문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외선거 한 표는 22만4천149원
지난 5일 끝난 20대 총선 재외국민 투표율은 41.4%로 조사됐다. 투표권을 행사하겠다고 등록한 재외선거인 15만4천217명 중 6만3천797명이 한 표를 행사했다. 이는 재외국민 투표가 첫 도입된 19대 총선의 투표율(45.7%)에 다소 미치지 못한 수치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재외국민 투표를 위해 책정한 예산은 총 143억여원이다. 따라서 이를 투표자 수로 나눠보면 1표당 비용은 22만4천149원이 된다. 1인당 투표 비용만 따져보면 재외국민의 한 표 값이 내국인보다 31.5배나 비싼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참정권의 가치를 비용으로 환산해서 비교할 수는 없다"면서도 "재외국민 투표가 가능한 투표소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 표의 가치가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선거 로고송 가격은?
선거운동에 사용되는 '로고송'(logo song)은 그 시대에 인기 있는 대중가요의 가사를 개사해 만드는 경우가 많다. 시대와 상관없더라도 중독성 강한 멜로디라면 로고송으로 사용된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다양한 로고송을 선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예능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의 대표곡 '픽미'(pick me)를 20대 총선 로고송으로 선택했다. 노래 속 후렴구 '픽미'는 후보자를 뽑아달라는 지지와 같은 의미다. 새누리당은 또 ▷태진아의 '잘살거야' ▷김필'곽진언의 '뭐라고' ▷장윤정의 '올래' ▷박강수의 '다시 힘을 내어라' ▷크라잉넛의 '오 필승 코리아' 등을 로고송으로 선정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로고송에 쓴 저작권료로 8천만원이 들었다. 지난 19대 총선 때보다 5천만원 정도 감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에서 사용할 로고송 '더더더'를 만들었다. 더더더는 '더불어 더불어 민주당 국민과 더불어/ 기쁨도 슬픔도 함께 더민주/ 더불어 더불어 민주당 국민과 더불어/ 희망을 꿈꿔요. 함께 더민주' 등 단순 가사로 만들어진 노래다. 더민주 관계자는 "로고송 '더더더'를 김형석 작곡가가 만들었다. 가사는 각 지역구에 맞게 고쳐서 쓰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고송 가격은 선거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지만 일반적으로 저작권료와 제작비까지 합치면 수백만원 선이다. 여기에 인격권료가 따로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부르는 게 값인 곡도 적지 않다.
◇역대 최장 33.5cm 투표용지…21개 정당서 비례대표 후보, 대구 470만 장
이번 총선에서 선보일 투표용지는 길이가 33.5㎝에 달하는 등 역대 최장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역대 최다인 21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냈기 때문. 총 20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낸 지난 19대 총선 때 비례대표 정당 투표용지 길이는 31.2㎝, 15개 정당이 후보를 낸 18대 총선 때는 23.2㎝였다.
지난달 29일 대구 성서공단 내 한 인쇄공장. 공장 한쪽에 마련된 공간에서 역대 최장의 투표용지 인쇄가 한창이었다. 이 공장에서는 4'13 총선 당일 대구지역에서 쓰일 투표용지의 80%가량을 제작한다. 투표일 대구지역 투표소에 제공될 투표용지는 총 470만 장인데, 380만 장을 담당하고 있는 것.
인쇄현장에는 대구시선관위에서 나온 직원 2명과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서 15명의 근로자가 투표용지를 찍고, 재단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게다가 이번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이 21개에 달하는데다, 무효표 방지 등을 위해 각 후보자란 사이에 여백을 두도록 변경되는 바람에 투표용지 길이가 덩달아 커져 더욱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선관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4절지 크기(394×545)에는 5장의 투표용지가 한꺼번에 찍혔다. 찍혀나온 용지는 선관위 직원들에 의해 인쇄상태와 불순물 유무 등의 확인절차를 거친 뒤, 절단기로 옮겨져 정확한 규격으로 잘려 나왔다.
투표용지에 쓰이는 종이는 특수재질 처리가 돼 있다. 예전에는 손으로 투표용지를 확인하고 분류했는데, 2002년 6'13 지방선거부터 투표지분류기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표지분류기로 개표할 때 종이가 엉키거나 두 장이 한 장으로 집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전기 방지 기능이 있는 특수용지가 사용되고 있다.
업체 제갈외석 상무이사는 "투표용지 장당 가격은 12~15원가량이다. 또 후보자 수나 인쇄 매수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지만 투표용지 한 장 찍어내는 데 드는 인쇄비용은 평균 40원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선거관리 인력, 투표소 및 개표소, 투표참여 홍보비용 등 선거보전비용을 모두 합치면 투표용지 장당 가격은 1만3천원 정도로 비싸진다는 것이 선관위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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