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칼럼] 바보야, 문제는 대구 경제야!

덕원고·미국 네브래스카대학(경영정보학 박사) 졸업. 현 달성군 군정자문위원. 현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현 공정거래학회 이사. 현 한국언론진흥재단 기금관리위원
덕원고·미국 네브래스카대학(경영정보학 박사) 졸업. 현 달성군 군정자문위원. 현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현 공정거래학회 이사. 현 한국언론진흥재단 기금관리위원

대구 GRDP 22년째 전국 꼴찌 수준에도

총선 후보들 지역경제 활성화 공약 빠져

정치인이 乙인 시기는 오늘 선거로 끝나

與든 野든 대구 경제 구할 선량 선출되길

지난 3월 한 달, 대구는 전례 없이 전국적 이슈가 되었다. 그러나 관심에 비해 대구가 얻은 수확은 미약하기 그지없다. 사실 총선에서 여든 야든 무소속이든 누가 당선되든 그다지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침체된 지역을 살릴 수 있는 경제 활성화 방안이다. 하지만 총선 후보자들의 공약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이 이슈화된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광주의 삼성전기 전장 부분,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세종시 국회 이전, 인천의 공항 배후단지 개발 등과 같은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에 비해 대구의 경제 활성화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명쾌한 공약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작금의 대구경북 경제 상황을 보자.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1992년 이후 22년째 전국 꼴찌로 1천894만원이다. 6천110만원으로 전국 1위인 울산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전국 평균인 2천944만원의 64%에 지나지 않는다. 경제활동참가율은 60.7%로 전국 12위이다. 인구 증가율은 -0.25%로 17개 시'도 중 꼴찌로 250만 명을 하회하고 있다. 이렇게 경제지표가 나쁘니 당연히 일자리도 줄었다. 대구의 청년실업률은 11.4%로 전국 2위의 높은 수치이다.

반면 체감경기는 악화 일로이다. 지난해 대구 물가는 2010년에 비해 10.84% 상승하여 서울의 10.93%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률은 11.24%로 서민들의 주거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가계부채율의 증가도 2013년 2월 대비, 2014년 8월 기준 21.5%로 전국 평균 9.6%의 두 배가 넘는 수치로 전국 2위이다. 2015년 말 현재 대구 가계부채 잔액은 36조4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경제 상황에도 대구 경제를 살리겠다는 선량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대구시민에게는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말보다는 대기업 유치가 더 절실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당장 내일 아침의 먹거리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경제가 피폐해져 있고, 그 여파로 젊은이들은 고향을 등지고 있기 때문이다.

1993년의 삼성자동차 공장 유치 실패, 1997년 위천국가공단 지정 실패, 2000년의 삼성상용차 퇴출, 2011년 삼성 바이오시밀러 유치 실패, 2013년 SSLM 매각으로 대기업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유일무이한 지방자치단체가 대구인 것이다. 그럼에도 그 어느 정치인도 대기업 유치에 발 벗고 나서지는 않고 있다. 자신의 안위와 영달을 위한 자기 정치만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정치인뿐만 아니다. 대구시의 행정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대구시가 역점을 두고 있는 산업이 물산업이다. 하지만 대구는 내륙이다. 왜 쌍용자동차와 삼성자동차가 대구에 입주할 수 없었는지에 대해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수출 위주의 우리 경제를 고려했을 때 내륙은 무엇보다도 물류 비용이 많이 든다. 장치산업의 제품은 물류비를 가중시켜 국제경쟁력을 유지할 수가 없다. 먼저 걸음마에 불과한 물산업의 기술 수준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베올리아워터(프랑스), 온데오(프랑스), 알베에(독일), 아그바(스페인), 사베습(브라질)과 같은 세계적인 물 관련 기업을 대구에 유치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할 필요가 있다.

그만한 역량이 되지 않는다면 물류 비용이 적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대구 근교에는 4개의 의과대학, 2개의 한의과 대학, 4개의 약학대학 등 전국 0.1%의 최우수 인재들이 상존하고 있다. 이에 미래의 대구 먹거리는 의료, 의약,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이 아닐까 한다. 대구가 다시 도약하려면 과거 스스로 만든 틀에서 시대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틀, 즉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와야 할 것이다.

대구에는 수성의료지구, 신서첨단의료지구, 국제패션디자인지구, 대구테크노폴리스, 대구국가산업단지 등 경제자유구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을 유치한 실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로 인해 대구시민들은 여전히 경제적 불안에 허덕이고 있다. 정치인이 을(乙)인 시기는 오늘 선거로 끝이 나게 된다. 1970년 말 덩샤오핑이 주창한 '不管黑猫白猫 捉到老鼠 就是好猫'(부관흑묘백묘, 착도노서 취시호묘'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는다면, 그것이 바로 훌륭한 고양이다)처럼 현재 위기에 처한 대구 경제를 구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선량을 선출하여 전국 최하위의 경제권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