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정 동력 잃은' 박 대통령, 집권 후반기 '험난한' 레임덕

여당 총선 과반 의석 실패 두고 친박·비박계 책임론 불거질 듯

새누리당 황진하 사무총장이 13일 밤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각 방송사의 선거 개표 방송을 바라보며 속이 타는 듯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황진하 사무총장이 13일 밤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각 방송사의 선거 개표 방송을 바라보며 속이 타는 듯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4'13 총선 결과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확보 실패로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2년은 권력 누수(레임덕)가 가속화되는 험로가 예상된다. 특히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 다수를 차지하는 친박계와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 간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당이 심각한 내분에 빠져드는 것은 물론 당청 관계에서도 불협화음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청와대는 당초 이번 총선 공천을 통해 친박 진영 후보를 다수 포진시킨 가운데 수도권의 야권 분열로 인해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 확보를 통한 압도적 승리를 기대했다. 이를 통해 20대 국회에서 그동안 미뤄졌던 경제'민생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탄력을 붙이겠다는 구상이었다. 심지어 여권 일각에서는 180석 이상을 확보,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새누리당 후보가 거의 참패함으로써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부산'경남'울산권에서도 승리를 기대했던 곳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패했고, 충청권 특히 대전'충남권에서도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게다가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박심(朴心' 박 대통령 의중)이 투영된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 상당수가 고전을 면치 못한데다 김부겸'홍의락 등 범야권 후보가 31년 만에 대구 입성에 성공하면서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에서도 균열 조짐까지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과는 새누리당 친박계가 '막장 공천'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여론을 무시한 파행적 공천을 벌인데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꼴사나운 대결 구도가 국민들에게 강한 거부감을 주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대구에 출마한 진박 후보들이 새누리당 텃밭이라는 안일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박근혜 마케팅'에만 매달리다 상당한 역풍을 맞은 결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대구를 포함한 영남의 굳건한 지지와 친박계의 수도권 대거 진출을 통해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에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여소야대 국회하에서 국회와의 보조 맞추기는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어져 박 대통령의 국정 드라이브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 집권 후반기 남은 2년간 권력 누수 현상이 빨라질 것으로 점쳐진다. 또 선거 패배 책임론으로 당이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 여권은 더욱 혼란 속으로 빠져들 공산이 크다.

특히 총선 이후 곧바로 전개될 차기 대선 경쟁에서 뚜렷한 후보가 부각되지 않은 상태라 여권의 혼돈 상황은 더 길어질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다 관료사회의 몸 사리기와 복지부동마저 이어진다면 박 대통령의 국정 추진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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