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살던 친구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에 세 여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중학교 때부터 항상 셋이 붙어다니던 그녀들은 동네에서는 자타 공인 S.E.S로 통했다. 어여쁜 외모로 인기깨나 있었고 평범했던 집안에서 큰 어려움 없이 성장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미래가 보장된 의대나 법대생들과 사귀며 혼테크도 성공하는 듯했다. 그랬던 그녀들이 10년 만에 다시 만났다. 성유리를 닮아 인기가 많았던 A양은 '노처녀', 가수를 꿈꿨던 B양은 '이혼녀', 부잣집 사모님이 되겠다던 C양은 '워킹맘'이라는 사회에서 부여한 딱지를 붙이고. 대화는 핫이슈인 '송중기'로 시작됐다.
C양: 니들도 '태양의 후예' 보고 있지? 난 요즘 송중기 보는 낙으로 산다~. 직장에, 집안일에 육아에 시달리다가 중기 씨 얼굴만 보면 하루에 쌓인 피로가 다 날아가고, 송혜교를 보면 내 리즈 시절이 떠올라서 청춘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어제는, 드라마에 빠져 있는데 신랑이 집에 일찍 온 거야. 송중기 보다가 남편을 보니까 오징어로 보이더라. '태후'를 방송하는 날은 늦게 들어와라, 송중기의 잔영을 의식해 죽은 듯이 행동하라 등 '남편 행동수칙, 태후 10계명'이 공감이 되더라니까~.
A양: 오징어라도 난 남편이나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 신붓감 조건으로 나이는 4세 연하, 직업은 공무원, 연소득 4천만원, 자산 1억7천만원을 평균으로 뽑았다고 하더라. 해당되는 항목이 하나도 없어. 예전엔 때가 되면 다 짝이 나타난다고 했는데, 요즘은 취업도 힘들고 경제적으로 빠듯하니까 서로 조건만 따지는 것 같아.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이 30세라는데, 나도 결혼해서 애국하고 싶다고!
B양: 남편 있으면 뭐 하냐! 경제적 능력 없으면 혼자 사는 게 속 편해. 미혼들의 결혼 조건 조사에서 돈이 44%, 사랑이 0.5%로 나왔다고 하잖아~.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이혼 사유 1위도 성격 차이가 아닌 경제적 문제로 바뀌었다고 하고. 장기적인 경기 불황이 이혼이라는 가정 해체 속도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방증이지. 씁쓸하게도 내가 바로 그 증인이잖아.
A양: 그래도 혼자보다는 둘이 낫지 않을까? 난 이번에 또 쫓겨난다. 6천만원이나 대출받아서 1억3천만원 전셋집으로 이사 가는데 집이 7평이야. 경제적 문제는 기혼이나 미혼이나 출생이 '흙수저'라면 끝이 없는 고민인 것 같아. 조금 늦더라도 결혼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요즘 난, 더 늦으면 고령 산모로 아이를 낳을 수 없을까 봐 걱정돼.
B양: 걱정하지 마~. 만혼 시대에 늦깎이 출산을 대비해서 젊을 때 난자를 냉동시켜 놓는 신풍속이 생겼다잖아. 한 병원 조사를 보면 난자를 냉동한 여성이 35~40세가 36%로 가장 많고, 특히 60~70%가 미혼 여성이라는 거야. 37세면 자궁이 퇴화한다는데, 상담해 봐야겠어!
C양: 애 키우는 게 쉬운 줄 알아? 기혼 여성들 조사에서는 출산'육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힘들다'가 1위로 나왔어. 행복을 꼽은 여성은 4.1%밖에 안 됐고. 우리 선배도 아이 초등학교 입학 후 결국 사표를 냈거든. 사회적으로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무한 상황이지. 그나마 총선 앞두고 정치권에서 정책을 쏟아냈는데, 그마저도 구태의연한 재탕, 삼탕 공약일 뿐이라는 지적이야. 우리 20, 30대는 투표율이 낮다고 관심도 안 갖고 정책에 신경도 안 쓴다는 거지.
A양: 그래서 이번엔 정치에 관심 없던 나도 투표했잖아! 투표한다고 뭐가 달라질까라는 의구심도 있었는데, 다음 날 신문을 보니까 '선거 개혁' '정치 심판한 민심'이라며 오만했던 정치인들이 국민의 무서운 경고에 무릎을 꿇었다는 거야. 그런데 말야, 그럼 앞으로 세상이 달라지긴 하는 거야? 동물'식물 국회, 갑질 정치인 없어지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부, 내가 노력한 만큼 정당하게 보상받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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