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교육부, 로스쿨을 폐지한다는 각오로 개혁해야

로스쿨 재학생에 대한 '금수저' 논란에서 시작한 로스쿨 부정 입학 의혹 조사 파장이 교육부의 전수조사 결과 발표 지연으로 더욱 커지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한국법조인협회는 17일 '로스쿨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수사를 요구했다. 전국법과대학원 교수회 역시 다음 날 교육부에 대해 전수조사 결과를 전면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교육부가 25개 전 로스쿨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것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다. 조사 결과 각 로스쿨마다 20~30건에 이르는 불공정 입학 사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무 대한법조인협회장은 각 로스쿨마다 20~30건가량의 불공정 입학 사례가 확인됐는데 이를 전국 로스쿨로 확대하면 약 700여 건에 이르는 엄청난 숫자라고 했다. 불공정 입학 사례에는 대법관 출신을 포함한 법관 자녀 10여 명과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 자녀 30여 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자기소개서 등 입학서류에 대법관 출신의 자제임을 표시하는 등 사회지도층 자제임을 노골적으로 기재해 관문을 뚫었다. '현대판 음서제'라는 로스쿨의 실태가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로스쿨은 법조인을 양성하는 확실한 통로이면서도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다.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명분으로 입학 과정은 불투명하기 이를 데 없고, 학비는 서민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올랐다. 재력과 권력을 갖춘 이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통해 권력과 부를 세습한다는 '금수저', '현대판 음서제' 논란은 근거가 있는 말이 됐다. 교육부의 전수조사는 이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교육부가 발표를 미룰수록 의혹만 키운다. 대법관 등 고위층 자녀의 불공정 입학 사례가 불거져 로스쿨 폐지 논란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면 여론을 읽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불공정 사례를 낱낱이 공개하고 개혁안을 내놓는 것이 부정적 여론에 시달리는 로스쿨을 살리는 길이다. 불공정 사례를 쉬쉬하며 어정쩡한 개선안으로 얼버무리려 들면 이야말로 로스쿨 폐지론에 불을 붙인다. 교육부는 로스쿨을 폐지할 수도 있다는 각오로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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