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은 작은 동네입니다. 그런데 군민들의 생활수준이나 욕구는 굉장히 높죠. 우리 공무원들이 함께 화합하지 못하면 지역의 욕구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울진군청의 직원들은 자신들을 표현할 때 종종 '가족'이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누구네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고, 어느 집 아이가 말썽을 부리는지 속속들이 다 안다. 인구 5만여 명 규모에 학연과 지연이 얽힌 지역에서는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울진군청만의 끈끈한 우애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타지역에서 왔다고 해도 일단 울진군청의 직원이 되면 이들은 하나의 가족으로 금세 단결된다. 배척하지 않고 서로 사정을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여유가 바로 울진군 공무원협의회의 출발점이다.
"우리는 노조가 아닙니다. 그래서 단순히 우리만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발전하고 또 어떻게 지역사회에 봉사할지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울진공무원협의회 금동찬(47'울진군 도시새마을과 경북디자인팀'공업 6급) 회장은 자신들의 조직을 '스스로 당근과 채찍의 의미를 되새기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노동자로서의 권리와 함께 공직자로서 책임을 강조하는 말이다.
울진공무원협의회는 1998년 12월 24일 발족했다. 공직자의 노조 결성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기에 사실상 노조 업무를 대신하는 조직이었다. 5급 이상의 간부직은 가입할 수 없고, 일반직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울진공무원협의회의 목적은 일반 노조와 거의 흡사하다. 반면, 간혹 나태해지거나 권위적일 수 있는 공무원 사회를 정화하기 위한 채찍질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직도 옛 생각에 잡혀 민원인들에게 위압적인 공무원들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편을 들기보다 사회가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먼저 이해시키려 합니다. 우리가 대접받으려면 이러한 대접을 받을만하다는 사회적 배려가 우선돼야 하죠."
협의회의 방침 덕에 울진지역 공무원들은 1년에 약 50명 정도가 자비를 들여 해외 선진지 배낭연수를 떠나거나, 학습형 워크숍을 자체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또 암묵적으로 쉬쉬하던 악습을 타파하기 위한 노력도 행동에 옮겼다. 이러한 성과로 울진군은 도청에서 지역 사정과 상관없이 간부직을 내려주는 소위 '낙하산 인사'가 없는, 경북지역에서 몇 안 되는 지자체 중 하나가 됐다. 금 회장 역시 노사 관련 화합에 대한 공을 인정받아 안전행정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금 회장은 "울진은 한울 원전의 영향으로 군 지역으로서는 특이하게 토박이보다 오히려 외지인이 더 많은 지역이다. 화합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영원히 낙후되고 말 것"이라며 "흔히들 울진을 오지라고들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울진이 얼마나 아름답고 선진화된 곳인지 우리 공무원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고 열심히 일해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