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988! 빛나는 실버] 시낭송가 오상직

오상직(64'대구 달서구 월성동) 씨를 만나면 어색함이 없다. 인상도 서글서글하거니와 워낙 달변가이다 보니 금세 말문을 열게 된다. 그는 시낭송가이다. 주로 여성이 점유하고 있는 분야이다 보니 남성 시낭송가를 만난다는 것이 생경하다. 요즘은 요양원, 복지관 등 여러 시설을 찾아다니며 돌보미 봉사와 시낭송을 한다.

"퇴직 전부터 문학에 심취해 작가로 등단했고, 시낭송은 4년이 되었습니다. 시를 쓰다 보니 직접 시를 낭송하고 싶었죠. 제가 말이 빠른 편인데 시를 낭송하다 보면 적당한 호흡으로 인해 마음이 가라앉고 안정이 됩니다."

'커피를 끓이려고/ 지난 겨울 잘라둔 사과나무 가지로/ 불을 피웠다// 새벽 3시다/ 가지를 꺾다가 그을린 손끝에서/ 사과꽃 닮은 불꽃은 만개다// 그날 밤 소쩍새가 너무 울어/ 여러 번 고백한 내 사랑에도/ 먼 산만 바라보던 여인/ 지금쯤 혼미한 잠 속으로/ 내가 피운 사과꽃 향기는/ 단잠의 코끝에 닿았을까.'

오 씨의 시 '불면의 밤' 일부다. 서정이 묻어난다. 시골 풍경과 어우러진 잔잔한 감성의 소유자란 걸 느낄 수 있다. 그런 심상을 가졌기에 소외된 이웃을 지나치지 못한다. 2012년 대구도시철도공사 역장으로 퇴임하기까지 45년을 공무원으로 일한 그는 현직에 있을 때부터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2010년 직장에서 시작한 홀몸노인 주거개선 봉사활동은 그에게 많은 보람을 안겨주었다고 한다. 1차 대상은 동구, 2차 대상은 달서구 지역에서 추진하였다. 도배, 형광등 교체, 대문 페인트칠, 수도'싱크대 수리 등 200호 봉사를 달성했다. 그는 2011년 '건설기술의 날'에는 국무총리 표창도 받았다.

낡고 허름한 집에서 불편하게 지내던 할머니는 도배를 깔끔하게 해드리자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는 고장 난 부엌문을 고쳐주자 겨우내 열어놓고 지내던 문을 여닫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또한 홀몸노인 100분을 초청하여 잔치까지 열어주었다. 이를 계기로 2012년도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행정자치부 장관상을 대구도시철도공사에서 받았다.

"봉사활동은 사회가 내게 베푼 숱한 혜택에 대한 작은 보답입니다. 되갚음으로 인하여 누군가가 행복하게 웃을 수 있고, 내 어깨가 가벼워진다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입니까. 내 영혼의 불꽃이 시들지 않는 한 그분들과 함께하겠습니다."

오 씨는 성악과 고전미술에도 관심이 많다. 수년 동안 혼자서 한국, 일본, 중국, 유럽의 미술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CD로 제작했다며 뿌듯해한다. 시집, 기행문, 미술사, 봉사에 대한 소고 등 직접 만든 책이 20여 권에 이른다. 대량으로 책을 출판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소장할 목적으로 소량만 제작했다. 대구지하철에 대한 학술 논문도 두 편을 썼다. 시를 쓰고 시를 낭송하는 그를 보노라면 풋풋한 풋사과향이 난다. 퇴직을 한 나이임에도 장난기 가득한 소년 같은 이미지를 담고 있다는 것은 그가 순수하다는 증거이며, 가장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매력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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