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이 위기를 수습하기는커녕 오히려 사분오열(四分五裂) 중이다. 공천 정국을 주도했던 친박계(박근혜 대통령 지지세력)가 총선책임론에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는 총선 패배와 조기레임덕 우려로 와해 조짐까지 보이고 있지만 친박계 좌장 가운데 어느 누구도 전열을 정비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다. 소나기가 지나갈 때까지 한껏 몸을 낮추고 있으라는 훈수가 고작이다. 전세를 역전시킨 비박계 역시 총선결과를 지렛대로 반격에 나서고 있지만 마땅한 구심점을 찾지 못해 산발적인 공세에 그치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선 새누리당 내부의 계파경쟁이 보다 복잡하게 전개된 뒤 차기 당권'대선후보를 중심으로 합종연횡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구경북 의원들이 어떤 목소리를 낼지도 주목된다.
◆다른 목소리 내는 친박은 분화 중
대구경북과 충청권 당선자들은 이미 회동을 통해 20대 국회에서의 활동방향 조율에 나섰으며 다선의 중진당선자들 역시 조만간 회동을 통해 당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공유할 예정이다. 비박계를 중심으로는 당의 이념적 정체성을 둘러싼 난상토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비박계의 지리멸렬로 새누리당 내 기존 전선(戰線)인 친박계와 비박계 구도가 희미해지고 있다"며 "지역, 이념지향, 선수 등 다양한 기준으로 생겨나는 모임을 중심으로 당의 진로를 둘러싼 백가쟁명(百家爭鳴)식 주도권 다툼을 벌인 후 차기 당권'대권주자를 중심으로 판이 새로 짜여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새누리당 내 각 계파 간 주도권 경쟁 및 합종연횡의 첫 시험무대는 내달 3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이다. 애초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총선 승리를 전제로 친박계의 당권 장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으나 총선 참패로 당권이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됐다. 내달 선출되는 20대 국회 초대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전당대회까지 관리할 수 있어 각 계파 간 경쟁과 연대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관건은 제20대 국회에서 여당 내 최대 계파가 될 친박계가 얼마나 응집력을 보여주느냐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총선책임의 화살이 친박계를 향하고 있는 데다 여론의 질타를 우려한 친박계 좌장들은 몸을 사리며, 흔들리고 있는 친박계 초선의원들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탓이다.
◆대구경북 친박도 항로 고민 중
당 대표 출마가 예상됐던 최경환 의원마저 19일 저녁 서울에서 원내대표를 할 때 자신을 보좌한 의원 10여 명과 식사를 함께하면서 "지금은 은인자중할 때"라며 "각자 말을 아끼고 자숙하자"고 발을 빼는 상황이다.
결국 승부는 '친박계가 얼마나 물밑 작업을 밀도 있게 진행하느냐'와 '비박계가 얼마나 결집력을 보여주느냐'에 달렸다. 이 과정에서 대구경북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탈당 후 출마해 4선 고지에 오른 주호영 의원이 복당 후 원내대표 출마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122명 가운데 45명(36.9%, 비례대표 포함)에 달하는 초선의원들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갈릴 것"이라며 "공천과 선거운동과정에서 친박계로 분류됐던 초선의원들이 여전히 자신의 정체성으로 친박으로 규정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다음 공천권을 쥐게 될 사람이 현직 대통령이 아니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이탈표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진검승부는 6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진영과 패배한 계파 모두에게 물러설 수 없는 승부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친박계가 원내대표 자리를 내줄 경우 당내 역학구도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진입할 것"이라며 "친박계 소멸은 다시 비박계 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대선 전까지 정국은 계속 소용돌이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권에선 요동치는 향후 정국 속에서 대구경북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진박감별사'를 자처했거나 '배신자'로 낙인 찍힌 중진의원 외 초'재선의원들은 좌고우면을 거듭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대구경북 의원들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을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됐기 때문에 드러내 놓고 '배신'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역대 단임제 대통령이 모두 그러했듯 집권 후반기 박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경우 '선택'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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