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기차 시대 대구 부품산업? 위기 아닌 기회 될 겁니다"

車부품연구원 이봉현 대구경북본부장

이봉현 자동차부품연구원 대구경북본부장은 전기차 시대의 개막이 지역 부품업체의 새로운 도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이봉현 자동차부품연구원 대구경북본부장은 전기차 시대의 개막이 지역 부품업체의 새로운 도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자동차부품연구원 대구경북본부가 갖춘 전기자동차용 다단감속기 성능평가 시스템. 김영진 기자
자동차부품연구원 대구경북본부가 갖춘 전기자동차용 다단감속기 성능평가 시스템. 김영진 기자
자동차부품연구원 대구경북본부가 갖춘 4X4 섀시 다이나모터 챔버. 차량의 구동계, 제동계 등의 소음 및 진동 성능평가 장비다. 김영진 기자
자동차부품연구원 대구경북본부가 갖춘 4X4 섀시 다이나모터 챔버. 차량의 구동계, 제동계 등의 소음 및 진동 성능평가 장비다. 김영진 기자

자동차부품은 대구를 대표하는 산업이다. 제조업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국내 100대 자동차부품 기업 중에도 지역 기업 11곳이 포함돼 있는 등 전국적 인지도 역시 높다.

하지만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패러다임의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내 유일의 자동차부품 전문연구기관인 자동차부품연구원의 이봉현(45) 대구경북본부장으로부터 지역의 바람직한 대응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전기차가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전기차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국내 자동차부품 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자동차 1대당 약 2만 개에 이르는 부품이 7, 8천 개로 줄어드는 탓이지요. 그러나 저는 전기차가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가 되리라 봅니다. 이미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업체도 많습니다."

이 본부장은 전기차 시대 개막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평가했다. 지역 관련 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질 것이란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라고 잘라 말했다. 젊은 기관장다운 패기가 느껴졌다.

그는 중국을 예로 들었다. 굵직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생산 공장이 가동 중이지만, 독자적 내연기관 기술 개발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과감하게 전기차에 투자한 결과 우리나라보다 앞선 수준에 올라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보기술(IT) 제품에 이어 전기차 역시 한국 기업에 큰 위협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이 본부장은 파워트레인(power-train'구동장치)에만 쏠려 있는 지역 부품업계가 다양한 분야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전통적 제조업에서 벗어나 자동차 관련 서비스산업으로까지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모터 같은 전기차 구동장치 분야는 대기업 계열사가 장악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이 뛰어들기에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시작했다가 이내 포기하는 업체도 많고요. 자동차 산업 진출에 나선 구글이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눈여겨보면 좋을 듯합니다."

◆튜닝산업에 관심 가져야

전기차는 개발 단계를 지나 구현 단계에 들어섰다.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전기차를 제작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국내에서는 대학생 창작 전기차 대회도 열리고 있다.

이 본부장은 그러나 전기차 시장 성숙에는 앞으로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생산되는 차량이 최소 10년은 더 도로를 달리는 만큼 2030년은 되어야 신규 등록차량의 20%가 전기차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행 보조금 제도가 유지되느냐도 전기차 시장 확대에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이 본부장은 튜닝산업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구시는 2014년 산업통상자원부의 '튜닝전문지원센터'를 유치했다. 지역 튜닝산업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대구 튜닝전문지원센터는 국비 등 390억원을 투입, 늦어도 2018년 상반기에 지능형 자동차부품 주행시험장(달성군 구지면)에 조성될 예정이다. 센터가 들어서면 다양한 튜닝 지원장비 구축을 통한 튜닝 부품 평가와 가공기술 제공이 가능해진다. 이 같은 시도는 대구를 전국에서 가장 앞선 튜닝 인프라를 구축한 도시로 탈바꿈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튜닝산업은 세계적으로 대단히 큰 시장이 될 것입니다. 전기차보다도 상위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는 게 아니라 차체를 제외한 모든 부품이 튜닝에 해당합니다. 성능뿐 아니라 디자인이 매우 중요한 승부처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대구시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기대 커

그는 미래형 자동차 산업에 대한 대구시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관련 인프라가 가장 좋은 편이라고도 평가했다. 자동차와 다른 산업의 융합을 관장하는 산자부 자동차융합 얼라이언스 사무국도 지난 2월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에 문을 열었다. 완성차, 부품사, 반도체, 전기전자, 통신, 소재 등 연관 기업 간 협업 시스템 구축이 목적이다.

"조만간 자동차부품연구원 본원의 전문 연구인력 수십 명이 대구경북본부에 합류할 예정입니다. 2010년 대구경북본부가 설립될 때처럼 지역의 자동차 산업 성장 가능성을 보고 옮겨오는 것입니다. 대구시가 지역 부품업체, 연구기관과 손잡고 만든 C(크리에이티브)-오토 사업단과 함께하는 미래형 자동차의 기술사업화 모델이라는 데 의미가 큽니다."

이 본부장은 '투 트랙'(two track) 전략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중견기업 10여 곳을 제외하면 대구에 있는 나머지 900여 곳의 자동차부품 기업은 대부분 영세한 3차 밴드업체인데, 대구시가 이들 기업군을 나눠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제가 대구에 처음 와서 놀랐던 게 저희 연구원의 존재조차 모르는 자동차부품 기업이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만큼 연구'개발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방증이지요. 전기차를 통해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기를 기대합니다.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구를 미래형 자동차의 메카로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이봉현 본부장은?

대구경북본부 28명의 연구인력을 이끌고 있는 이 본부장은 김천 출신이다. 성균관대 기계공학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다녔으며, 2003년 '축 정렬을 고려한 자동변속기의 진동 해석'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SK하이닉스를 거쳐 2001년 자동차부품연구원으로 옮겼다. 이후 전기차'하이브리드카 실증평가단 구동시스템실장, ICE'EV 구동융합연구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소음진동공학회 이사, 국방품질기술원 분과 위원 등을 맡고 있다.

그는 "어릴 때 가족과 함께 상경하는 바람에 고향에 대한 추억은 그리 많지 않지만 고향이 가까워서인지 5년째인 대구 생활이 무척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구에 대한 따끔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대구를 이용하기만 하려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타 지역 출신 인사에 대한 포용력을 갖췄으면 한다"며 "학연'지연을 따지는 관행은 스마트시대에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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