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박주선 최고위원이 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고통 분담에 정치권과 공공 부문이 앞장설 것을 촉구했다. 박 최고위원은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에게 피와 땀을 요구하면서 일방적으로 짜내는 구조조정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며 ▷국회의원 세비 20∼30% 삭감 ▷평균 400억원 정도인 정당 국고보조금도 같은 비율로 삭감 ▷3급 이상 공무원 임금의 상당 수준 삭감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차관 업무추진비 20∼30% 삭감을 요구했다.
박 최고위원이 이런 요구를 들고나온 것은 정치권과 공공 부문이 희생하지 않고서는 구조조정이 몰고 올 고통을 국민에게 요구할 수 없음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산업 및 기업 구조조정은 우리 경제가 살아나려면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이는 국민적 합의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이를 가능케 하려면 정치권과 공공 부문이 무풍지대로 남아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박 최고위원의 요구는 사안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은 것이다.
이 대목에서 제기되는 의문은 과연 정치권 전체가 이런 인식을 공유해 자기희생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느냐이다. 그 대답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궁지에 몰릴 때마다 그런 약속을 해놓고 시간이 지나면 없었던 일로 만들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 여야가 공약한 세비 30% 삭감만 해도 그렇다. 당시 야당은 이런 내용의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고 여당도 찬성했다. 하지만 여야는 19대 국회 내내 이 법안을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놓고 국민의당은 총선을 앞두고 다시 세비 25% 삭감을 약속했다. 정말 삭감할 뜻이 있었다면 이런 공약을 할 필요도 없었다. 박 최고위원 역시 세비 삭감을 제안하지 않아도 됐다. 이미 제출된 법안을 당장 통과시키면 끝날 일이다.
이제 세비 삭감을 갖고 국민을 속이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박 최고위원은 이번 제안을 하면서 '개인 의견'이라고 했다. 아직 당론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는 세비 삭감이 이번에도 '제스처'에 그칠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이제는 이런 눈속임은 그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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