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988! 빛나는 실버] 경산문화원장 서재건 씨

한여름밤의 음악회에서의 서재건 문화원장.
'풍물대축제'에 참석한 서재건 경산문화원장.
한여름밤의 음악회에서의 서재건 문화원장.

다리를 건너니 경산이다. 대구 수성구와 경북 경산은 거리상 가깝고, 지명상 멀다. 곁에 있으면서 곁을 쉬이 내어주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 경산만이 가지고 있는 영역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서일 게다. 경산은 삼성현(三聖賢)의 고장이다. 원효, 일연, 설총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이 세 분은 경산 출신으로 경산시민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다.

은발의 노신사인 서재건(72'경산시 장산로4길) 경산문화원장은 이 시대의 '고향 지킴이'다. 경산에서 태어나 경산에서 활동하는 경산 토박이다. 그는 경산초교, 경산중, 경북대사대부고, 경북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교직 생활(경명여고) 10년, 자동차부품회사 대표 10년, 학원장 10년, 경산신문사 회장 5년, 경산시축제추진위원장을 거쳐 현재 경산문화원 14대 원장을 맡고 있다.

"조선 후기 경산현에는 대표적 네 성씨가 있었습니다. 초계 정씨, 아산 장씨, 청주 한씨, 달성 서씨가 주도적 역할을 하였다고 전합니다. 저희 집안도 선대부터 쭉 경산에 터를 잡아 살고 있습니다."

서 원장에게는 두 가지 삶의 원칙이 있다. "첫째는 욕심을 부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절대적 가치를 추구하고자 늘 마음을 닦고 있지요.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며 그 인연으로 좋은 친구, 좋은 이웃이 되고자 합니다. 두 번째는 '지금 그리고 여기'(Now and here), 즉 현재를 중시합니다. 지난날에 대한 미련이나 집착은 끊고 가급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상대방의 단점보다 장점을 찾아서 보니까 날마다 즐겁습니다."

서 원장은 우리 사회의 소수자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새터민과 함께하는 활동에 참여하고 다문화가정에도 마음을 쓴다. 그뿐만이 아니다. 장애인 단체의 회장을 맡아 경제적 지원을 해줬다는 게 친구 분의 귀띔이다. 서 원장은 2014년 5월 취임해 '경산의 정체성' 찾기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각계각층의 도움을 받아 역사와 문화재 등을 수집, 535쪽 분량에 달하는 '경산의 역사'를 2015년에 출판했다. 또 경산문화원이 1년 동안 활동한 기록을 담은 '경산 문화'를 18년 만에 재발간했다.

"문화원이니만큼 문화적 사업에 힘쓰고 있습니다. 올해 후반기에는 경산 금석문(金石文)을 발행할 예정입니다. 금석문은 바위, 금속 등에 새겨져 있는 문자와 그림입니다. 기념비, 전적비, 제단비, 묘비, 효열비 등 종류가 많습니다. 금석문은 역사와 예술, 문학 등에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시간이 지나서 기억에서 사라지거나 유물이 훼손되기 전에 기록으로 정리해서 후대에게 남겨야겠습니다."

그는 경산을 알리고 경산의 정체성 찾기 일환으로 최근 성황리에 마친 사업이 있다고 소개했다. "올 3월에 경산문화유적지 투어를 했습니다. 버스 한 대에 탈 수 있는 선착순 희망자를 받고 해설사가 동행했습니다. 희망자를 다 수용하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분기별로 투어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경산의 문화자원은 그 어느 지역보다 잠재적 가치가 뛰어나다. 학자들만이 아니라 국민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개발해 역사의 공간으로 재창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서 원장의 굳은 의지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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