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인권침해 청암재단, 진정한 책임은 사과 아닌 사퇴다

산하 장애인 시설에서 무더기 사망과 인권침해로 물의를 빚은 사회복지법인 청암재단이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청암재단은 26일 입장 표명을 통해 거주 장애인들에 대한 보호와 지원, 합리적인 운영 구조 구축 등 개선 노력이 미흡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잇단 사망사건과 상해사건, 정신병원 자의적 입원 조치에 대한 책임자 징계 등 해결과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으며 집단 시설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의 궁극적 책임은 시설을 운영하는 청암재단에 있다. 이 때문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할 재단이 내놓은 사과나 책임자 징계 등 재발 방지 대책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청암재단 산하 시설에선 지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29명의 장애인이 숨졌다. 사실이 드러난 것도 진정을 받은 국가인권위가 지난 1월 25일 재단의 장애인 인권침해 문제가 담긴 결정문을 발표하면서다. 국가인권위가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3개월 만에, 언론에 의해 문제가 제기되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나온 사과 및 재발 방지책이다.

인권위는 지난 1월 검찰 수사 의뢰와 함께 피진정인들에 대한 징계 조치, 재발 방지 대책 수립과 사고 재발 시 사실조사에서 책임자 조치에 이르기까지의 매뉴얼 마련, 관할 대구 동구청의 지도 감독 철저 등을 권고했다. 청암재단이 내놓은 입장 발표는 이 같은 인권위 권고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았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수사 및 대구시 특별감사 등을 의식한 면피용으로 읽힐 뿐이다.

더욱이 '사망사건과 상해사건, 정신병원 자의적 입원 조치에 대한 책임자 징계' 운운한 부분에서는 책임을 하급자에게 돌리고 재단은 보호하려는 꼼수마저 느껴진다. 재단이 진정 책임을 느끼고 사과한다면 이사진 전원이 물러나고 검찰 및 대구시의 조사에 임하겠다는 입장 표명이 먼저다.

대구시는 종합 감사를 진행하기에 앞서 현 청암재단 이사진의 업무부터 정지시켜야 한다. 책임을 져야 할 이사들이 여전히 업무를 담당하고 대책을 내놓는 상황에서 조사 및 조치가 제대로 진행될 리 없고, 결과를 내놓은들 이를 믿을 시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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