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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훈 전 총리 별세…남북관계 새 지평 연 현대사의 증인

강영훈 전 총리가 10일 오후 서울대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94세. 사진은 지난 1990년 10월 18일 남북총리 회담차 북한을 방문한 강 총리가 김일성 주석을 만나는 모습. 연합뉴스
강영훈 전 총리가 10일 오후 서울대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94세. 사진은 지난 1990년 10월 18일 남북총리 회담차 북한을 방문한 강 총리가 김일성 주석을 만나는 모습. 연합뉴스

강영훈 전 국무총리가 10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장례는 대한적십자사 김성주 총재와 정원식 전 총재,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장례위원장을 맡아 사회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군과 외교, 정치, 행정을 두루 거친 강 전 총리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굴곡과 궤를 같이 한 인물이다. 5·16 군사정변에 대항하기도 했고, 남북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총리회담을 성사시키는 등 숱한 정치적 역경을 겪어왔다.

평북(북한) 창성에서 1922년 태어난 강 전 총리는 일제 강점기 때 만주 건국대를 다니다가 학병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광복 후에는 한국군 창군을 주도한 뒤 육군에 복무했다.

6·25 전쟁 때는 국방부 관리국장과 육군 제3군단 부군단장을 지냈으며, 국방부 차관, 연합참모회의 본부장, 군단장 등을 거쳤다.

1960년 육군사관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던 중에는 5·16 군사정변을 맞아 동참을 거부했다가 '반혁명 장성 1호'로 서대문교도소에 수감돼 옥고를 겪었다.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귀국, 한국 외국어대 대학원장과 외무부 외교안보연구원장 등을 지냈고, 전두환 정부 때는 영국, 아일랜드, 로마교황청 대사 등을 지내며 외교관으로 활약했다.

1988년 제 13대 국회에서 민주정의당 소속 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한 강 전 총리는 같은 해 12월 국무총리로 발탁돼 2년간 자리를 지켰다. 특히 1990년 서울에서 최초의 남북 총리회담을 개최하면서 남북 화해의 새 장을 연 것은 물론이고, 우리 현대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다. 당시 고인은 3차례에 걸친 남북고위급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남북협력 증진의 실질적인 기초를 닦았다.

같은해 10월에는 홍성철 통일원 장관과 함께 우리 총리로는 처음으로 북한 평양을 직접 찾아 주석궁에서 김일성 주석을 만난 것도 고인의 주요 업적이다.

정·관계를 떠난 강 전 총리는 1991년부터 1997년까지 7년 동안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맡아 대북 지원사업을 이끌었다.

또 북한 수재민 돕기(1955년) 등 대북 인도적 지원, 남북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제의(1997년) 등 남북 교류에도 상당한 기여를 한 인물이다.

고인은 평소 북한 정부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더라도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이어가야 한다는 신념을 밝혀왔었다.

이후 1993년에는 엑스포지원중앙협의회 회장과 대한에이즈협회 초대회장, 1994년 한국자원봉사단체협의회 회장, 1996년∼2009년까지는 유엔환경계획(UNEP) 한국위원회 총재 등을 맡으며 활발한 인도적 활동을 이어갔다.

부인 김효수 씨와의 사이에 남매 변호사인 장남 성용씨, 장녀 효영씨, 차녀 혜연씨 등 1남 2녀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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