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아파트를 담보로 5억3천700만원을 대출받은 김정호(가명'45) 씨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이자 폭탄'을 맞았다. 김 씨는 91일 동안 이자를 못 내고 연체하다가 이자 896만원을 납입했다. 은행은 이에 대해 대출금에 부과된 지연배상금 726만원을 우선 충당시킨 뒤 남은 170만원으로 이자에 대한 지연배상금과 이자 등을 충당했다. 그 결과 김 씨는 5일치의 이자 23만원이 부족해 연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약정이자율에 연체가산율을 더한 11.11%의 이자를 내야만 했다. 김 씨는 "이자를 내기도 어려운 채무자들에 더 무거운 빚의 굴레를 씌우는 셈이다"고 하소연했다.
◆대부업체 뺨치는 은행 연체이자
금융사들이 대출이자 연체 고객에게 적용하는 가산금리가 지나치게 높고, 이를 변제할 때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을 적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판 '베니스의 상인'이라는 비판이다.
10일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에 따르면, 금융사들은 소비자가 대출을 받은 뒤 이자 납입을 2개월(신용대출은 1개월) 동안 지체하면 그 기간의 이자에 대해 지연배상금을 부과하고, 이후에는 대출 잔액에 대해서도 지연배상금을 부과한다. 지연배상금이란 성실한 채무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채무자에게 부과하는 제재금으로, 이자와 연체가산금으로 구성된다. 채무 이행을 지체한 데 대한 일종의 위약금인 셈이다.
문제는 소비자가 지연배상금을 납입하는 등 정상 거래를 계속하려고 해도 연체가산금이 계속 부과된다는 점이다. 금소연 관계자는 "금융사가 지연배상금부터 회수해 정상대출이라면 납입기일도 오지 않았을 이자를 미리 챙기면서, 이자가 일부라도 부족하면 정상 이자보다 3배 이상 많은 지연배상금을 계속 납입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3개월 이상 연체가 되면 채무 불이행자로 등록시켜 금융거래에 불이익을 주는 등 연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드사'저축은행, 연체하면 가산금리만 20%
카드사와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도 상황은 마찬가지. 대부분 은행의 여신거래 약관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서다. 카드사와 저축은행, 상호금융회사들도 은행처럼 신용대출은 2회, 담보대출은 3회 이상 연속으로 원리금을 못 내면 바로 원금에도 연체이자율이 적용된다.
연체이자율은 카드사나 저축은행 모두 기본 금리가 높다 보니 신용대출은 대부분 연체이자율이 법정 최고금리에 근접한다. 담보대출도 연체 기간에 따라 3개월 미만은 기존 금리에서 10% 내외의 가산금리가 붙고, 3개월이 넘어가면 20% 내외의 가산금리가 붙는다.
담보대출이라고 해도 3개월이 넘어가면 대부분 법정 최고금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채무 변제 순서도 대부분 은행처럼 소비자에게 불리한 순서로 변제된다. 따라서 소비자가 지연배상금 이자를 납입하면 정상대출로 복원시키도록 약관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금소연 강형구 금융국장은 "연체 중에도 이자 일부를 납입하는 등 계속 거래를 하는 채무자들의 이자 부담을 경감해 연체의 수렁에서 용이하게 탈출하도록 도울 수 있으며, 가계부채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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