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와대 통신] 소통과 달콤한 말

박근혜 대통령에게 붙은 '불통'(不通)의 꼬리표는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4'13 총선 이후 대국민 소통 행보의 출발점이라며 지난달 26일 가진 서울지역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간담회에도 불구하고 소통은 요원한 것으로 비친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총선 참패가 국정운영 기조에 대한 심판 아니냐'는 질문에 '되는 것 없는 양당 체제에 대한 국회 심판'이라며 국회 탓으로 돌렸다.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심판으로, 국민의당을 제3당으로 만들어줬다는 해석이다. 국정운영 기조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동문서답이자, 떠넘기기였다.

친박 중심 공천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친박을 만든 적도, 관여한 적도 없다'며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발뺌했다. 청와대 정무라인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의 교감을 통해 '청와대발 친박 공천'이 이뤄졌다고 믿는 상당수 국민들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발언이었다.

박 대통령은 집권 4년 차를 맞는 동안 정책적으로 껄끄러운 상대와 대화는 물론 의견개진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유승민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각 지역 교육감 등이다.

유 의원은 원내대표 당선 얼마 뒤 사석에서 "원내대표가 좋기는 좋더라. 대통령도 만날 수 있고…"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유 의원에 대해 집권 이후 당 지도부의 일원으로 '어쩔 수 없이'초청한 것 외에는 대면한 적이 없었다.

경제민주화와 지역균형발전, 검찰개혁 등과 관련해 쓴소리를 해온 이 명예교수,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 다른 목소리를 낸 각 지역 교육감 등도 대통령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갖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소통방식도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박 대통령은 집권 이후 여론을 청취한다며 3차례 언론인 간담회를 가졌다. 하지만 3차례 모두 서울지역 언론사만 상대했다.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를 대표하는 언론과의 소통에는 눈을 감았다. 중앙정부의 시각에는 서울 언론과 서울 민심만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TK(대구경북) 친박계 한 원로는 "정권 탄생에 온몸을 바쳤는데, 집권 후 청와대 구경도 못해봤다"며 "우리가 나라 잘되도록 덕담을 하면 했지, 무슨 청탁을 하겠나"라고 섭섭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간신은 늘 달콤한 말만 했고, 실패한 권력자는 늘 달콤한 말에만 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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