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新 팔도유람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강릉단오제

천년의 전통 33일간 들썩이는 강릉의 DNA

단오등에 소원을 비는 주민들
단오등에 소원을 비는 주민들
영신행차
영신행차
시민 줄다리기
시민 줄다리기
탈 만들기 체험
탈 만들기 체험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 2016 강릉단오제 준비로 강릉의 봄은 벌써부터 들썩인다.

2016 강릉단오제의 본 행사는 6월 5일부터 12일까지 8일 동안 강릉 남대천 일대서 열리지만 강릉 사람들은 음력 4월 5일인 5월 11일부터 6월 12일까지 33일간 펼쳐지는 축제로 기억한다.

강릉단오제의 첫 행사는 음력 4월 5일 신께 바칠 술을 빚는 신주 빚기로 시작된다.

강릉 시민들의 정성을 담은 신주미를 모으는 신주미 봉정과 제관들이 칠사당에서 신께 바칠 술을 빚는 신주미 빚기가 바로 그것이다.

2000년부터 강릉 시민들이 정성을 함께 모아 신주를 빚을 쌀을 모으고 있는데 매년 3천여 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여해 100여 가마(80㎏ 기준) 이상의 신주미가 모이고 있다. 이렇게 모인 쌀로 만들어진 단오신주는 단오 기간 내내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맛보이는 신주와 단오떡의 재료가 된다.

단오신주 만드는 날인 음력 4월 5일 오전 10시부터 칠사당에서 제관들이 신주를 빚고 이어 오후 2시부터 강릉대도호부 관아에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신주 빚기 행사가 마련된다. 참가자를 미리 신청받아 단오신주를 빚는데 이 과정 또한 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는 체험행사다.

강릉 시민들의 정성으로 빚어진 신주가 익어갈 무렵, 음력 4월 15일(5월 21일) 국사성황신을 모시기 위한 두 번째 지정문화재 행사인 대관령산신제 및 국사성황제, 봉안제가 열린다.

대관령산신제는 대관령산신께 국사성황신을 모시고 간다고 고하는 의식이며 이어 국사성황사로 내려와 유교식 제례와 도교식 의식인 무녀의 굿이 펼쳐지며 국사성황신을 모시는 의식의 열기는 점점 고조된다.

이어 신기를 받은 무녀와 신목잡이가 국사성황당과 대관령 산신각 뒷산에 올라 단풍나무를 타고 내려오는 국사성황신을 맞게 된다.

신이 내린 단풍나무를 신목잡이가 잡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온 뒤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국사성황신이 인간 세상에 내려온다. 국사성황신이 내려오면 가장 먼저 단풍나무를 오색천으로 치장한다. 오색 예단 휘두른 단풍나무를 앞세워 훠이훠이 대관령을 내려와 구산성황당을 거쳐 국사성황신의 고향인 학산을 돌아 국사여성황신이 있는 강릉시 홍제동 국사여성황사에 모시는 봉안제를 마치면 국사성황신과 국사여성황신이 합방을 하게 된다.

국사성황신과 국사여성황신이 1년의 회포를 푸는 동안 강릉 시민들은 신을 즐겁게 하기 위한 막바지 잔치 준비에 돌입한다.

단오의 막이 먼저 오른 뒤 음력 5월 3일 국사성황신과 국사여성황신을 단오제단으로 모시는 영신행차가 시작된다. 영신행차를 보기 위해 강릉 사람들 모두 남대천으로 가는 길마다 모이고 신이 가는 길마다 마을별로 풍악을 울린다. 두 신은 그렇게 강릉 사람들의 환대를 받으며 단오제단에 정좌한다.

이제는 인간들이 신을 즐겁게 하는 일만 남았다. 올해 강릉단오제의 소주제는 '단오와 몸짓-신을 향한, 나와 당신을 위한, 세상의 모든 몸짓이 모이다'이다.

8일 동안 12개 분야 70여 개의 프로그램이 한꺼번에 펼쳐진다. 모두 강릉 사람들이 준비하고 만들어 함께 즐기는 행사들이다.

지정문화재 행사로 조전제와 단오굿, 관노가면극, 송신제와 소제가 마련되며 기획공연으로 굿의 춤사위를 모은 '굿 with us' 시즌2와 강릉단오제 무격부의 환상적인 타악을 베이스로 강릉단오제 천년의 몸짓을 표현한 '에시자 오시자'가 마련됐다.

이뿐이랴. 중요무형문화재 제11-라 강릉농악을 비롯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요무형문화재 초청공연과 학산오독떼기 등 도무형문화재 초청공연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여기에 제주 탐라문화제, 전주 세계소리축제, 정선아리랑제, 인천 부평풍물대축제와의 교류로 제주 구좌읍 민속보존회, 이창선의 대금스타일 밴드, 판소리, 정선군립아리랑예술단, 인천부평구립풍물단의 공연과 국제무형문화도시연합(ICCN) 회원국인 프랑스 가나팀의 프랑스 전통음악과 댄스, 중국 형주시 예술극원팀의 민속가무, 중국 길림성의 민속음악과 무용, 뮬란 무대극, 몽골 튜브도의 몽골 전통음악 연주, 중국 사천성의 이백 시를 춤과 노래로 표현한 공연과 변검 공연도 볼만하다.

강릉단오제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바로 난장이다. 단오난장에는 떨이몰과 중소기업의 신제품몰이 묘하게 공존한다. 난장의 단골상점은 이불전과 양말, 양산, 잡화 등 수없이 많지만 히트상품은 그때그때 다르다. 2년 전에는 레몬을 직접 짜 만든 레모네이드가 히트상품이었다면 지난해에는 맥주에 소시지가 히트상품이었다. 몇 년 전에는 잡화가 많았지만 근래 들어 먹거리로 바뀌는 추세다. 그래도 변함없는 스테디셀러는 감자전에 막걸리를 파는 상가들이다.

강릉 사람들이 만드는 강릉단오제는 이렇게 천년의 세월을 이어왔다. 천년을 이어오는 동안 강릉 사람들의 핏속에는 단오 DNA가 만들어졌다.

그 단오 DNA는 천년 전 신라시대 굴산사를 창건한 범일국사가 죽어 국사성황신이 되고 하슬라를 지키던 김유신 장군이 죽어 대관령산신이 됐으며 호랑이에 물려간 정씨 처녀가 국사여성황신이 된 전설처럼 영원히 강릉 사람 곁에 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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