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우리 교회에서 가장 연장자이신 97세 되신 여자 집사님을 심방한 적이 있다. 건강에 위기가 있었지만 잘 이겨내고 집에서 요양 중이셨다. 이분을 만나 뵐 때마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에는 휴대폰을 자유자재로 다루시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비밀번호를 걸어 놓으시고, 1번에서 10번까지의 단축번호를 다 외우고 계셨다. 필자와 소위 인증샷을 찍고 11번을 입력해 드렸더니 곧바로 두 자리 단축번호로 전화를 하셨다. 심지어 "목사님, 제 나이 팔십만 되었어도 딸을 위해 무엇이든지 할 텐데…"라는 말을 들을 때는 참으로 필자 자신이 부끄러우면서 희망을 가지기도 하였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급격하게 고령화시대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노년 세대가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통적인 사회에서는 노년 세대를 의존적이고 소극적이며 수동적인 보호 대상으로 여겼다. 그러나 현대의 신세대 노인들은 자신들의 인생을 능동적으로 이끌어가며 독립적으로 자기실현을 해 나간다. 최근에 사용하는 신조어 가운데 '통크족'(Two Only, No Kid)이란 말이 있다. 즉 자식들에게 의존하는 전통적인 노인상을 거부하며 독립적으로 자신들만의 인생을 추구하는 신세대 노인층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인생의 황혼기를 생존 차원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하며 시대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보내고 있다. 심지어 시니어 시프트(sinior shift)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고령자 인구가 증가하며 소비자 집단이 중'노년층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자식 중심의 삶에서 자신 중심의 삶으로 바뀌어 가는 모습을 결코 이기적인 삶이라 폄하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성공적인 노화와 웰다잉은 참으로 중요하다.
필자는 오래전 해외 유학 중에 각종 시설과 자연환경, 그리고 수많은 공공 기관에서 나이 많은 자원봉사자들을 접하며 신선한 충격과 부러움을 느꼈던 적이 있다. 우리 사회 노인의 모습과 다른 자신들의 경험과 여유를 공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위해서 멋지게 사용하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던 것이다. 신세대 노인 소위 '통크족'은 더 이상 주변인이거나 뒷방 노인네가 아니다. 사회를 위해 공헌하고 헌신할 수 있는 놀라운 경험과 잠재력을 가진 소중한 자원이다.
지금은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의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엘렌 랭어 교수의 연구 가운데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가 있다. 이 연구는 사람을 틀에 가두는 것은 스스로 한계가 있다고 믿는 사고방식, 즉 고정관념임을 밝혀낸 사례이다. 이후 엘렌 랭어는 생각의 힘이 고정관념을 깰 수 있다는 실험을 계속하며 그의 '긍정의 심리학'을 발전시켰다. 지금은 우리 모두, 특히 노년들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히려 많은 신세대 노인에게 노년기는 취미, 학습, 여행, 훈련, 봉사활동 등을 더욱 활발히 할 수 있는 모험과 재창조의 시기이다.
최근에 필자의 노모가 카카오톡을 통하여 여러 자녀들과 손주들에게 문자를 보내며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하고 마음에 잔잔한 행복감을 느낀 적이 있다. 우리가 너무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우리 시대의 성공적인 노화 그리고 이웃과 다른 사람과 공공의 이익을 생각하며 당당하게 자신의 제3의 시기를 보내는 멋지고 건강한 '통크족'이 많이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