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인류는 좀 더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 이 경쟁은 처음엔 공정한 게임이었을지 모르나 지금은 강자와 약자의 불평등한 경쟁으로 굳어지고 있다. 빈민구호단체 옥스팜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2016년에는 세계 인구 중 최고 부자 1%의 재산이 나머지 99%보다 더 많아지게 된다고 발표했다. 더구나 이 조사에 따르면 현재 세계 최고 부자 80명이 가진 재산이 세계 인구 중 하류층 절반의 재산과 같았다.
우리나라도 서울 강남 3구의 증여세가 전국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증여세란 부모가 살아있을 때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하면 이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는 것을 말한다. 죽어서 재산을 넘겨주는 상속세와 구별된다. 증여세를 내든 상속세를 내든 세금을 낸 당사자는 요즘 표현대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렇게 일부 계층 및 지역적 부의 편중은 나머지 잉여를 가지고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게 하며 여기서 도태되는 자는 사회에서 필요가 없는 존재가 되도록 만든다.
얼마 전 미술대회를 진행했다. 이 미술대회의 본래 취지는 아이가 가족과 함께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과 더불어 그림도 그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아이가 경쟁에서 이겨 상을 받아야 한다는 일부 학부모들의 강박관념에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망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그러나 학부모의 생각이 전적으로 잘못됐다고 말하긴 힘들다.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우리 아이가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자식을 키우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기 세대가 겪어야 했던 삶의 치열함과 고단함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 한다. 자녀만큼은 부모가 이상적으로 바라는 삶을 살길 원한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이 하나 있다. 먼저 부모가 행복하지 않으면 자녀도 행복한 삶을 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최근 가정경제를 지탱하는 요소들을 나타내는 여러 지수, 지표가 급격히 악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통계상 생계형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있다. 또 기혼 여성의 이혼 사유를 살펴보면 과거에는 '성격 차이'가 많았지만, 이제는 '경제적 생계 곤란'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가정의 붕괴는 자녀의 성장기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결국 자녀가 경쟁사회에서 도태되는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 선거철만 되면 '민생안정'과 '민생경제'를 외치지만,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최소단위인 '가정과 가족'을 지키지도 못하는 헛구호가 되지 않게 국가, 정부, 정치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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