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의 원조는 단연 미국이다. 1787년 헌법제정의회에서 고위 공직자에 대한 국회 인준권을 규정하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여름휴가철과 추사감사절, 연말연시 등 몇 주를 제외하고선 연중 청문회가 열린다.
200년을 넘는 전통을 자랑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식 청문회제도를 채택한 나라는 별로 없다. 영국 일본 등 내각제 나라에선 아예 청문회를 운영하지도 않는다. 총리나 장관 등을 의회에 출석시켜 답변을 듣는 대정부 질문으로 대신한다.
우리나라는 1988년 청문회 제도를 도입하긴 했지만 일시적으로 연다는 점에서 미국과 다르다. 대신 국회는 매년 정기적으로 기간을 정해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이슈가 부각되었을 때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국감'과 '국조'라는 독특한 행정부 견제 시스템을 가졌다.
'국감'과 '국조'에다, 필요하면 청문회를 열 권한을 갖춘 우리나라 국회가 미국처럼 상시 청문회를 운영하겠다며 국회법을 고쳐 공을 청와대로 넘겼다. 두루뭉술한 '소관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국회법을 바꾼 것이다.
청문회의 영어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히어링'(Hearing)이다. 말 그대로 '듣는다'는 뜻이다. 미국의 청문회는 이해 관계자들을 불러들여 해명을 듣고 대책을 마련한다. 2010년 가속페달 결함으로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 사태가 벌어졌을 때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 사장은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현지 법인 사장을 보낼 수도 있었지만 '호통으로 일관하지 않는' 청문회장을 직접 해명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해명을 경청했고, 이후 미국 의회와 언론의 도요타 때리기는 숙졌다.
우리나라 국민은 국회의원들이 매년 국감 때만 되면 수십 명씩 증인을 불러놓고 아예 발언 기회를 주지 않거나 호통만 치는 것에 익숙하다. 해명을 경청하고 허점을 파헤쳐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국회가 상시적으로 청문회를 열어 정부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겠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국회가 청문회를 통해 국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고민한다면 이보다 더한 법도 오히려 반길 일이다. 아쉽게도 국회의 의도가 그리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이미 '입법 독재'란 말이 나올 만큼 막강한 권한을 누리고 있는 국회가 지금보다 더 '갑질'을 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본다. 이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국회는 먼저 자신들부터 청문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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