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문화를 통한 민생속으로]<8>주민과 함께 성장하는 문화

시골마을, 시네마 천국이 열렸다

지난해 12월 고령에서 개관한 경북 1호 작은영화관 \
지난해 12월 고령에서 개관한 경북 1호 작은영화관 \'대가야 시네마\'.

#지난 3월 30일 인구 5천 명에 불과한 시골마을 영양읍 내에 작은영화관이 문을 열었다. 이로써 영양 주민들도 대도시 주민들처럼 전국 동시 개봉영화를 즐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경상북도와 영양군은 국비 1억원과 도비 3천만원 등 모두 2억원을 투입해 작은영화관을 개관했다. 영양문화원 2층 소공연장을 리모델링해 1개관 99석(장애인 1석 포함)을 마련했다. 최적화된 영상 시스템과 매표소, 매점 등의 관람 편의시설을 갖췄다. 영양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을 맡아 매주 월'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하루 5회 상영하고 있다.

영양 주민들은 "우리 삶 가까이 영화관이 생김으로써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도시로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졌다"며 "작은영화관이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문화공간이자 여가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성주군엔 '성주생활문화센터'가 문을 열었다. 이곳은 지역 주민의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고 있다. 총사업비 10억원(국비 3억3천, 도비 2억, 군비 4억7천만원)을 들여 기존의 금수문화예술마을을 리모델링했다. 다목적실, 체험 동아리실, 풍물, 음악실, 전시실, 공연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역 주민과 동호인, 예술인들이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을 자유롭게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군민 누구나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전시'공연 행사 및 교육 등 시설과 장비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최소한의 시설 사용료(1만~3만원)를 내고 있다. 주민들은 "생활문화센터가 지역 주민 모두가 아끼고 사랑하며 지역 주민과 함께 성장하는 문화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했다.

경상북도가 '생활문화예술' 시대를 열고 있다. 생활문화예술이란 수동적인 문화예술 향유에만 머물지 않고 능동적으로 문화예술 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창조하는 일련의 활동을 뜻한다.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누리고자 하는 주민들의 욕구가 커지면서 문화정책의 패러다임 또한 공급자 중심에서 향유자 중심의 정책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생활문화예술 활성화 정책의 핵심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하고 춤추고 싶은 사람들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에 경북도는 기존 문화시설이나 유휴 공간을 활용, 도민 누구나 문화를 보다 쉽게 즐기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무턱대고 대규모 문화시설을 짓기보다는 작은 공간이라도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고 운영할 수 있는 곳을 우선으로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왜 생활문화예술인가?

생활문화예술은 생활체육과 일맥상통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체육은 엘리트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 전환했다. 단지 메달을 따기 위한 체육이 아니라 국민이 스스로 주체가 되는 체육시대가 열린 것이다.

생활문화예술 역시 마찬가지다. 예술인들의 엘리트예술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누구나 참여하고 생활 속에서 즐기는 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생활문화예술의 주인공은 바로 주민이다. 장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거창하거나 대단한 그 무언가를 추구하지 않는다. 문화예술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생활문화센터 도입

박근혜정부는 문화기본법, 지역문화진흥법 등의 시행과 함께 생활문화, 생활예술 공간 조성을 목표로 '생활문화센터 조성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35개 생활문화센터가 조성되고 있으며, 올해까지 70여 개의 센터가 개관할 예정이다.

생활문화센터는 지역의 자율적인 문화 활동과 지역공동체의 거점 공간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신규 건립보다는 지역 내 유휴공간 및 기존 시설 리모델링을 추구한다. 또 문화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주민 중심의 자율적 운영과 적극적인 문화활동 참여를 지향한다.

경북도는 기능이 저하된 공간과 방치된 문화예술공간을 중심으로 생활문화센터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상주, 올해 성주에 이어 내년까지 모두 28억9천만원을 투입해 포항, 영천, 영덕 3곳을 대상으로 생활문화센터를 도입한다. 주민공동체 공간으로 동호회방, 다목적홀, 공동시설 등을 마련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원을 신청하면 문화체육관광부의 심사 선정을 거친다.

◆생활밀착형 문화기반시설 확충

경북도는 생활문화센터 도입과 함께 생활밀착형 문화기반 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작은도서관과 작은영화관이다. 작은도서관은 공립 공공도서관의 시설 및 도서관자료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건물면적 33㎡ 이상, 열람석 6석 이상, 도서관자료 1천 권 이상의 도서관을 말한다.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작은도서관은 2015년 말 기준 225곳(공립 81곳, 사립 144곳)에 달한다. 도는 올해엔 포항, 문경, 경주, 칠곡 등 4곳의 작은도서관 건립 사업을 지원한다. 주민의 지식정보 접근성 보장을 목표로 공공시설의 유휴공간 및 기존 노후시설을 리모델링해 작은도서관으로 활용한다. 도비 1억원 등 4억원을 투입해 서가, 열람공간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영천, 칠곡, 울진 3곳에는 도비 1억5천만원 등 10억원을 투입해 작은영화관을 짓는다. 문화 소외계층에 영상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도는 지금까지 고령, 영양 2곳의 작은영화관 운영을 지원했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고령 작은영화관 '대가야 시네마' 경우 개관 두 달 만에 누적 관객 수 1만 명을 넘겼다. 대가야 시네마는 지난해 12월 19일 경북 최초의 작은영화관으로 개관했다. 지난 1978년 고령에서 극장이 사라진 지 38년 만이다. 작은영화관의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대도시에서 영화를 관람할 때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최신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되면서 고령군민(3만5천 명)뿐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들의 호응까지 더해졌다.

김관용 도지사는 "단순히 관 주도의 문화정책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며 "21세기 트렌드에 맞게 문화융성정책을 추진하되 대규모 문화시설의 건립을 지양하고 찾아가는 음악회와 작은영화관, 작은도서관 조성 등 소규모 주민 밀착형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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