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3공단내 삼영초교 문닫자… 주민들이 더 섭섭

인근 유일한 녹지공원 역할, 노인들 이젠 운동하러 먼길 불편 "오전에라도 학교 문 열었으면"

대구 북구 3공단에 위치한 삼영초등학교가 지난해 문을 닫으면서 주민들의 휴식공간이 사라졌다. 31일 오후 삼영초교 운동장에는 잡초만 무성히 자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대구 북구 3공단에 위치한 삼영초등학교가 지난해 문을 닫으면서 주민들의 휴식공간이 사라졌다. 31일 오후 삼영초교 운동장에는 잡초만 무성히 자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31일 오후 대구 북구 노원3가 삼영초등학교 운동장 입구는 녹색 철제 울타리로 막혀 있었다. 울타리 너머에는 운동 기구와 벤치가 보였고 주변은 잡초로 우겨졌다. 운동장 일부는 누군가 밭으로 꾸며 옥수수, 고추 등을 키우고 있었고, 체육관은 노원119안전센터가 임시 청사로 쓰고 있었다.

삼영초교는 지난해 9월 휴교가 결정되면서 문을 닫았다. 학교가 폐쇄되자 정작 학생이나 학부모보다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삼영초교의 특수성에 있다. 이 학교는 오랫동안 인근 주민들에게 사실상 공원 역할을 해왔다. 북구에는 총 87곳의 공원이 있지만 3공단 내에는 한 곳도 없다. 삼영초교가 그나마 3공단 내에서 유일한 녹지와 운동시설을 갖춰 인근 주민들에게는 휴식공간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학교 폐쇄로 더 이상 출입을 못하게 되면서 과거처럼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주민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주민 김준진(44) 씨는 "지난해 학교가 문을 닫은 후 아이들 등교 전 학교에서 산책이나 운동을 하던 어르신들이 오갈 곳이 없어졌다"면서 "학생들은 없어도 교문을 열어 주민들이 운동장이라도 이용할 수 있으면 좋은데 지금은 출입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굳이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을 하려면 큰 도로를 건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주민 상당수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라 사고에 더욱 취약하다. 주민 조모(63'여) 씨는 "이제는 운동하려면 만평네거리 교통섬 녹지나 인지초등학교, 금호강 둔치까지 가야 한다. 트럭이 자주 다니는 3공단 지역 도로를 아슬아슬하게 건너야 하는 터라 운동 자체를 포기한 노인도 많다"고 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오전 일부 시간이라도 삼영초교를 개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당국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화재 등 비상 상황을 대비한 최소한의 관리 인력만 배치한 상태다"면서 "지난해 말 대구시가 학교 부지를 매입하기로 결정해 지금 교육청이 별도의 활용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초교 부지를 포함한 제3산업공단 지역은 재생사업지구로 지정돼 앞으로 총 9개의 공원을 신설할 계획으로 현재 중앙부처와 예산 등을 협의하고 있다"며 "하지만 언제 확정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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