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원룸에서 홀로 사는 이주희(가명'24) 씨. 주희 씨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다. 주희 씨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매일같이 폭행, 폭언에 시달렸다. 늘 풀이 죽어 있고 주위 눈치를 살피는 게 어린 시절의 일상이었다. 누구와도 쉽게 어울리지 못하다 보니 학교생활도 제대로 할 리 없었다. 이 때문에 주희 씨는 초, 중, 고등학교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지금까지 연락하는 친구가 한 명도 없다. 성인이 되고부터는 극심한 우울증으로 방안에서 두문불출했고 초고도비만으로까지 이어졌다. "지금부터라도 어렸을 적 겪은 아픔과 우울증을 고쳐보고 싶어요. 하지만 남들이 제 외모를 손가락질하는 게 무서워 한 발짝이라도 집 밖을 나서기가 두려워요."
◆불행했던 어린 시절
주희 씨의 어린 시절은 부모님의 폭행과 폭언으로 얼룩져 있다. 어머니는 어린 주희 씨의 작은 잘못에도 사정없이 주희 씨를 때리곤 했다. 특히 아버지는 주희 씨에게 생각조차 하기 싫은 존재다. 일용직 일을 전전했던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날이면 괴물로 변했다. 매일 만취한 상태로 집으로 와 눈앞에 보이는 물건을 모조리 부수고 집어던졌다. 아버지는 주희 씨와 어린 남동생, 어머니에게 구타도 수시로 했다.
"하루라도 큰일 없이 조용히 지나가는 날이면 오히려 그게 이상할 정도였어요. 어린 시절 부모님께 맞고 울지 않으면 하루가 지나간 느낌을 받지 않았어요."
부부싸움이 잦았던 부모님은 결국 주희 씨가 중학생일 때 헤어졌다. 아버지는 가정을 두고 바깥에서 만난 다른 여성과 외도를 했다. 내연녀와 아이까지 낳고 다른 살림을 차리자 어머니가 더는 견디지 못한 것이다. 그때부터 아버지와 친가 친척들에게서는 어떠한 연락, 소식도 듣지 못했다. 그때부터 주희 씨와 남동생은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우울증으로 인한 체중 증가
아버지와 헤어지고 나서 주희 씨는 남은 학창 시절을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보냈다. 하지만 이 생활도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 가정폭력을 겪었던 어머니는 주희 씨에게 수시로 손을 댔고, 매일 욕설을 내뱉었다. 자신과 외모, 걸음걸이가 비슷해 기분이 나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집안에서 주눅이 들어 있는 게 일상이었던 주희 씨는 학교에서 교우 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다. 특히 중학생 때부터 앓았던 극심한 우울증으로 폭식을 반복했고, 체중은 급격하게 불어났다. 고등학교 시절 100㎏이 넘었던 체중은 졸업 후 얼마 안 가 160㎏을 넘어섰다.
주희 씨가 더욱 힘들었던 것은 다른 사람들의 손가락질이었다. 길거리에서 처음 본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은 일상이었다. '살 좀 빼라', '사람이냐'와 같은 욕설은 물론, 대놓고 휴대전화로 주희 씨의 모습을 찍기도 했다.
체중이 증가하다 보니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 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편의점, 식당 등 면접을 보러 가는 곳마다 주희 씨의 모습을 보고 채용을 꺼렸다.
주희 씨는 더욱 심한 우울증에 빠졌고 자해를 일삼기까지 했다. 자신의 외모에 대한 손가락질이 두려웠던 주희 씨는 집안에서만 머무는 날이 많아졌다.
"현관문을 나설 때부터 사람들이 저를 동물 대하듯 빤히 쳐다보는 게 너무 싫었어요. 한밤중 사람들이 아무도 다니지 않는 틈을 타 잠깐 외출을 하곤 했어요."
◆어려운 생활 형편
어머니의 계속된 폭행과 폭언에 결국 올 초 주희 씨는 집에서 나왔다. 고등학생인 어린 동생이 눈에 밟히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주희 씨는 동생에게 '돈을 모으고 기반을 닦고 나서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했다.
홀로서기를 시작한 주희 씨는 지역 사회복지사들의 도움으로 병원에 다니며 우울증, 비만 치료를 시작했다. 주희 씨의 각오는 남달랐다. 이른 시일 내에 정신, 육체적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
우선 체중 감량이 급선무였다. 그런데 최근 병원에서 주희 씨는 약물치료와 운동만으로는 체중 감량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최근까지 약물 중독, 자해를 하는 등 극심한 우울증을 앓았던 만큼 위 수술을 통해 식사량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위 밴드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치료비에 주희 씨는 또 한 번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비만 대사 수술은 대구의 대학병원 가운데 한 곳에서만 받을 수 있는데, 무려 1천만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하다. 현재 60만원의 기초생활수급비로 살아가는 형편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홀로서기를 했을 때부터 폭력을 일삼았던 부모님을 용서하기로 했어요. 이제는 제 마음속의 미움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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