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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진남교반 마애비, 알고보니 日 헌병이 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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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8년 '전기 감시 중 익사' 내용, 1905년 을사늑약 훨씬 이전부터 조선 기간산업 장악

일본 헌병 마애비가 발견된 문경 마성면 진남교반 병풍바위. 붉은 원 안이 마애비. 문경구곡원리보존회 제공
일본 헌병 마애비가 발견된 문경 마성면 진남교반 병풍바위. 붉은 원 안이 마애비. 문경구곡원리보존회 제공

일제가 강제로 우리나라의 주권을 빼앗은 1905년 을사늑약 체결 10여 년 전부터 이미 조선의 전기'전화'철도 등 국가 기간산업이 일제의 수중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가 문경에서 나왔다. 일본 육군헌병의 마애비(磨崖碑'석벽에 글자나 그림을 새긴 비석)가 문경에서 발견된 것. 일본 헌병이 직접 새긴 마애비는 국내 첫 사례다.

문경구곡원리보존회 이만유 회장은 14일 공개한 현장 사진을 통해 관광명소인 문경 마성면 신현리 진남교반(鎭南橋畔) 병풍바위에서 일 헌병이 직접 새긴 마애비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고육군헌병이등군조대산변장군지비'(故陸軍憲兵二等軍曹大山辨藏君之碑)와 '전선감시귀도익사'(電線監視歸途溺死) '명치삼십일년칠월삼십일'(明治三十一年七月三十日)이라고 새겨져 있다.

일본 육군헌병 이등군조 대산변장이 전선(전기'전화선) 감시를 하고 돌아오다가 물에 빠져 죽었으며, 이를 기려 명치 31년 7월 30일에 비를 세웠다는 내용이다.

명치 31년은 1898년, 대한제국 광무(光武) 2년이며, '이등군조'(二等軍曹)는 현재 우리 육군의 중사급이다, '대산변장'(大山辨藏)은 비석 주인공의 이름 '오오야마 헨조우'(おおやまへんぞう)로 그의 나이는 알 수 없으나 '군'(君)이라고 표기해 20대 미혼자인 것으로 보인다.

일제는 1881년 우리나라에 헌병을 처음으로 보냈고, 행정, 사법 경찰 병과를 두고 민간인에게 일반 경찰 업무인 검문, 체포, 구금, 수사 등을 맡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경문화원과 구곡원리보존회는 "일제가 1884년에 일본-부산 간 해저전선을 설치했고, 1895년 청일전쟁 이후 서울-인천 간 전선을 접수했으며, 이어 서울-부산 간 군용선을 가설하는 등 통신선을 확보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청일전쟁이 끝난 뒤 일제는 헌병에게 각 전선을 지키도록 했고, 1896년 이후 일반 전신업무를 취급했으며, 임시 육군전신대와 임시 헌병대가 이를 운영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고성환 문경향토사 연구위원은 "일제는 이미 19세기 말 헌병을 통해 전기'전선'철도 등 한국의 국가 기간산업 장악을 시도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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