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소나무, 아니 전국의 소나무가 위험하다. 소나무 에이즈(AIDS)라 불리는 재선충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경북의 명품 산림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속도가 너무 빨라 경북뿐만 아니라 전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수년 내 소나무가 우리나라에서 멸종될지 모른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경북도 면적의 71%가 산림이고, 소나무는 전체 수종의 31%를 차지해 단일 수종으로는 가장 널리 분포해 있다. 소나무는 우리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민수(國民樹)로 목재'송이 생산 등 경제적 가치가 크고 숲 경관에서도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경북도는 총력 방제에 나서고 있다. 이미 안동까지 재선충이 북상했지만 백두대간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재선충이라는 대형 악재를 만난 경북의 명품 산림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향후 과제를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재선충, 너무 빨리 번진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생한 재선충은 북상을 거듭하면서 2001년 경북도까지 넘어들어왔다. 2001년 소나무재선충병이 구미 오태동에서 도내 처음으로 발생한 것. 당시는 7월로 여름이었으며 건축 자재용 목재팔레트 야적장에서 최초 발견됐다.
경북도는 지속적으로 방제를 추진해왔으나 순식간에 도내 상당수 시군으로 번졌다. 중앙정부는 재선충의 심각성을 인식, 2005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을 제정'시행했다. 범정부적 노력을 기울이면서 일시적으로 발생 감소 추세에 들었으나 수년 전부터 다시 급속한 확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경북도 내 23개 시군 중 16개 시군에서 38만 본(전년 33만 본 대비 15% 증가)의 나무에서 재선충이 발생했다.
가장 심각한 곳은 포항(16만 본), 경주(9만 본), 안동(7만 본), 구미(5만 본) 등으로 올봄까지 피해 고사목 38만 본이 제거됐다.
백두대간 코앞인 안동까지 재선충이 올라오면서 울진 금강송면 소광리 금강소나무림 등 보존 가치가 높은 소나무 숲이 위협받고 있다.
한명구 경북도 산림자원과장은 "더 이상 확산을 시켜서는 안 된다는 각오로 방제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재선충은 경북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2013년부터 재선충이 크게 번진 제주도에서조차 최근 2, 3년간 50만 그루가 넘는 피해가 발생했다. 제주도 역시 소나무 멸종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고흥'보성'장흥'강진)이 최근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제거된 소나무는 2014년 218만 그루다. 지난해에는 174만 그루, 올해는 5월 말 기준으로 138만 그루가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돼 벌목됐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와 소나무 제거에 투입된 예산도 해마다 늘어났다. 2014년 1천억원, 2015년 1천152억원, 올해는 1천140억원으로 3년 동안 3천300억원이 투입됐다.
◆왜 이렇게 됐나?
경북도와 산림청은 재선충의 급속한 확산과 관련, 지난 10여 년간의 시행착오를 하나씩 점검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의 방제 오류가 지금의 확산을 낳았다는 것이다.
경북도 등에 따르면 우선 예찰방제단의 운영 소홀이 지적되고 있다. 피해 발생을 예찰하고 방제해야 할 예찰방제단이 운영돼왔으나 눈에 보이는 가시권 위주의 형식적 예찰이나 기존 피해지역 주변 예찰에만 머물면서 피해목 외곽지역, 비가시권, 접근 곤란 지역 고사목에 대한 조사가 누락돼왔다.
경북도는 이에 따라 고사목 예찰 성과가 좋지 못한 시군에 대해서는 페널티를 부과하고 전자예찰함 등의 도입도 검토 중이다.
재선충에 감염된 목재의 인위적 이동이 빈번해지면서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재선충을 막기 위해 훈증 처리한 목재가 땔감 등으로 무단 사용된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다. 목재 유통'가공업체 관계자들이 재선충 발병 초기, 이에 대한 심각성을 알지 못해 감염된 소나무가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경북도는 이에 따라 땔감 채취 시 기존 방제지 주변 기동 단속에 나섰고 훈증목을 제거하는 한편 목재 유통'가공업체에 대한 정기 점검에도 나서고 있다.
방제 방법에 대한 반성도 나오고 있다. 현지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단목 벌채 위주의 획일적 방제 방법이 적용되면서 피해 확산을 낳았다는 것. 결국 피해목이 제거됐는데도 주변 고사목이 재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 추세로 계속 퍼진다면?
이대로 재선충이 퍼진다면 애국가(남산 위에 저 소나무~)를 고쳐 불러야 한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재선충에 걸리기만 하면 100% 붉게 말라 죽기 때문이다.
일단 재선충병에 감염되면 무조건 그 나무를 잘라 내 재선충 벌레 크기보다 작게 분쇄해야 한다. 매개충 솔수염하늘소는 5월부터 활동을 시작하는데 하늘소가 죽은 후에도 죽은 소나무에서 재선충이 번식한다.
우리나라 상당 면적의 산지는 소나무 외에는 나무가 잘 자랄 수 없는 척박한 땅, 즉 암석지대다. 결국 소나무가 사라지면 1960년대처럼 대한민국 산하가 민둥산으로 바뀐다는 예측도 있다.
여론조사 기관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소나무다.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소나무를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꼽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나무 1위에 오를 만큼 소나무는 우리 역사와 문화 생태학적으로 애환을 함께해 온 국민수다.
이웃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심각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일본은 재선충 방제에 실패, 소나무가 고사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실정이다.
조남월 경북도 환경산림자원국장은 "집단적으로 재선충이 발생한 지역에서 거리가 떨어진 단목 피해 발생에 대해서도 소규모라도 모두 베기에 나서는 등 집중 관리를 통해 과거 방제 오류를 고쳐나가고 있다"며 "경북의 산림을 지키기 위해 인력과 예산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을 정해 재선충 방제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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