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을 맞은 16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시장 내 개고기 골목.
양쪽으로 보신탕집과 건강원 등 10여 개 점포가 몰려 있었지만 띄엄띄엄 행인들이 눈에 띌 뿐 한산했다. 식당 내 테이블 곳곳도 비어 있었다. 40년 가까이 보신탕집을 운영한다는 한 업주는 "예전에는 복날 밀려드는 손님을 받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이젠 옛이야기가 됐다"면서 "평소나 복날이나 이곳을 찾는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전통 음식 문화였던 '복날에는 개고기'란 등식이 갈수록 옅어지고 있다.
반려견을 키우는 이들이 늘면서 개고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데다 보양식도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썰렁한 분위기는 다른 곳의 보신탕집도 마찬가지였다. 중구에서 보신탕집을 하는 다른 업주는 "최근 무더운 날씨가 이어져 손님이 적다. 복날이라 은근히 기대했지만 장사가 안되긴 마찬가지다"면서 "경기가 너무 안 좋은 데다 젊은 세대가 점점 보신탕을 안 먹는 추세라 손님이 더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사이에서도 복날 회식 메뉴로 개고기는 이미 사라진 상태다.
직장인 정모(49) 씨는 "10여 년 전에는 복날이 되면 팀장이 주도해 보신탕집을 가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개고기를 안 먹는 팀원도 많아 안 먹게 된다"면서 "복날 보양식으로는 삼계탕이나 장어처럼 모두가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고르는 편이다"고 했다.
이날 오후 중구 대구시청 인근에 있는 삼계탕 집은 손님들로 가득 차 빈 테이블이 없었다.
개고기가 사라지면서 복날 보양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대형마트에는 전복이나 낙지 등 해산물이 인기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복날을 맞아 마트를 방문한 고객들이 낙지나 전복, 장어 같은 해산물을 많이 찾고 있다"고 했다. 이 대형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낙지 매출은 150%, 전복은 24%가 올랐고, 장어도 소폭 상승했다. 닭이나 수박 매출도 지난해보다 다소 증가했다.
또한 젊은 세대들은 '복날 보양식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도 별로 없다. 이날 오후 중구 동성로에서 만난 20, 30대 시민들은 "따로 보양식을 챙겨 먹을 생각은 없다"거나 "오늘이 복날인 줄 몰랐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윤모(27) 씨는 "오늘 오전 부모님에게 '오늘 말복이니 제대로 된 밥을 챙겨 먹어라'라는 메시지를 받고서야 복날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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