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부산에서 온 이모(29'여) 씨는 동대구역에서 칠곡으로 향하는 937번 시내버스를 탔다가 오후 11시 30분쯤 중간에서 내려야 했다. 버스 기사가 칠곡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길목인 국우터널을 지나기도 전에 곧바로 차고지로 돌아가야 하니 내려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시내버스가 종점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 차고지로 간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야심한 밤 혼자 터널 안을 걸어 칠곡까지 갔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구에만 적용되고 있는 시내버스의 '막차 중간 기점 배차 방식'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이 높다. 오후 10시가 넘으면 다니는 버스가 많지 않고 오후 11시 30분이면 버스 운행이 모두 종료되는 구조로 인해 늦은 시간 버스 승객들이 불편을 겪기 때문이다.
▶전국 대도시 버스 운행 방식은 출발지에서 종점까지, 대구만 중간에 운행 멈춰
일반적으로 시내버스는 시점에서 출발해 종점까지 운행된다. 하지만 대구는 첫차와 막차의 경우 시-종점이 아니라 중간 기점 방식을 택하고 있다. 937번 버스를 예로 들면 차고지인 칠곡 관음변전소에서 시지 방면으로 오후 10시에 출발한 버스는 노선의 80%인 자연과학고 앞에서 운행을 종료하고 오후 10시 11분에 출발한 버스는 60%인 도시철도 담티역에서 운행을 종료한다. 이런 방식 탓에 오후 11시 30분이 되면 노선 위에 있는 모든 버스는 중간 기점에서 운행을 멈추고 차고지로 곧바로 향한다.
이런 운영 방식은 1990년대 하나의 노선을 여러 버스회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공동배차제가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운행 종료 후 회사 앞 차고지까지 가기에 너무 멀어 중간 기점에서 운행을 종료하는 것이다. 2006년 버스공영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이런 관행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막차 시간이 현저히 짧아진다는 점이다. 가령 경북대에서 칠곡으로 통학하는 학생들에게는 오후 10시 30분 경북대 동문에 도착하는 버스가 사실상 막차가 된다. 이후 운행하는 버스는 칠곡까지 들어가지 않거나 아예 경북대까지 오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과 부산 등 타 대도시의 버스 운행 방식은 출발지에서 종점까지며 운행 시간도 길다.
인구가 대구의 2분의 1 수준인 창원시의 시-종점 방식으로 운행되는 105번 시내버스는 오전 5시 8분에 운행을 시작해 다음날 0시 30분쯤 마지막 차가 종점에 도착하면서 하루 운행이 종료된다. 이 경우 시민 이용 가능 시간은 최대 19.5시간이다. 반면 오전 5시 30분에서 오후 11시 30분까지 운행하는 대구 시내버스는 18시간에 불과하다.
▶짧은 버스 운행 시간은 노사협약 근거
대구시의회에서는 "현재 배차 방식은 대구 시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버스업체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시 버스 노사 간 단체협약서상에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로 명시하고 있고 현재 운행 구조도 이를 지키기 위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막차 시간 연장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이용 시민이 많지 않고 노사협약도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그 근거로 1개 노선을 1시간 연장해서 365일 운영할 경우 연간 2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한 반면 이용객은 전체 수요자의 2~3%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기간 동안 버스 운행 시각을 자정까지 연장했지만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하루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내버스가 막대한 혈세가 지원되는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만큼 수익보다는 공익성에 우선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처장은 "버스는 시민의 발이다. 자가용이 없는 취약계층 등을 위해서라도 이용 시간을 다른 시도 수준에 맞출 필요가 있다. 최소한 지하철이 다니는 시간까지만이라도 연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937번 버스는
칠곡에서 시지를 오가는 937번 버스는 차고지인 칠곡 관음변전소에서 시지 방면으로 오후 10시에 출발한 버스는 노선의 80%인 자연과학고 앞에서 운행을 종료한다. 오후 10시 11분에 출발한 버스는 노선의 60%인 도시철도 담티역에서 운행을 종료한다. 반대편 노선도 마찬가지다. 오후 10시 1분 덕원고에서 칠곡 방향으로 향하는 버스는 노선의 80%인 칠곡2차영남타운 앞에서, 오후 10시 11분 출발한 버스는 노선의 60%인 동서교회 앞에서 운행을 종료한다. 이렇게 해서 오후 11시 30분이 되면 노선 위에 있는 모든 버스가 중간 기점에서 운행을 멈추고 차고지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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