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세 4억 달서구 아파트 전세 겨우 '2억'

달성 텍폴·세천지구 물량 폭탄…월배·용산·장기 가격 연쇄 폭락

대구 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37) 씨 부부는 요즘 이사 준비로 눈코 뜰 새 없다. 지난주 지인으로부터 달서구 월배지역에 있는 새 아파트로 이사하기를 권유받았다. 김 씨는 "입주한 지 얼마 안 된 친구의 새 아파트에 아파트 대출이자 50만원만 부담하는 조건으로 들어가게 됐다"고 했다.

11월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찾고 있는 박모(32) 씨는 최근 인터넷 부동산정보 사이트에 들렀다가 적잖이 놀랐다. 달서구 일부 지역의 새 아파트의 전셋값이 2억원으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전용면적 85㎡의 이 아파트는 시세만 4억원이 훌쩍 넘는다. 그는 "대구는 전셋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데 의외로 싼 전셋집이 많았다. 처음엔 사기가 아닌지 의심까지 했을 정도"라고 했다.

대구 달서구 월배'장기'용산 등지의 전셋값이 흔들리고 있다. 이들 지역은 교육, 교통 등 주거 인프라가 뛰어나 전세와 매매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던 주거 1번지였지만 최근 입주 물량이 급증해 일시적 가격 폭락현상을 겪고 있다. 특히 달성군 테크노폴리스와 세천지구 등에 물량 폭탄이 이어지면서 달성발 전세 몸살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달서구에는 월배를 중심으로 지난 6월부터 3천 가구의 신규 아파트가 입주했고, 달성군에는 테크노폴리스, 세천지구 등에 수천 가구가 입주 중이다.

이 같은 특정지역의 입주물량 쏠림 현상은 과열로 치닫던 대구의 전세난을 식히는 일종의 '스콜' 역할을 하고 있다. 급전세가 전체 전세가율을 낮추는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비 7대 광역시 이상의 대도시들 중에서 대구만 유일하게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비율)이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의 전세가율은 2014년 12월 77.4%를 정점으로 꾸준하게 내리며 현재 75.4%를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 이진우 소장은 "달서구, 달성군 등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입주물량 급증은 저금리에 월세를 선호하는 공급자 위주의 부동산 시장을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며 "당분간 평균 전세가율에 못 치는 전세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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