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동해안 신성장 산업 시대를 연다] <8>에너지강관, 포항철강산업의 돌파구

세계 60조원 '고품질 수송관' 시장, 한국이 10% 이상 가져오겠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을 이끌던 포항 경제가 글로벌 경기불황과 후발국 추격 등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글로벌 철강시장에서 철강재 수요보다 철강 생산총량이 많은 공급과잉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수요를 초과해 생산한 공급과잉량은 2012년 5억5천만t에서 지난해 7억5천만t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67%가 한'중'일 등 동아시아에서 발생했다. 더욱이 철강시장 패러다임 또한 구매자 주도로 변했다. 이로 인해 제품 판매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그러다 보니 포항 270여 개 업체 가운데 2014년 2월 10개 회사가 휴'폐업했고, 지난해와 올해 같은 기간에는 각각 16개, 19개로 크게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북 제조업 생산액의 중심이었던 동해안 철강산업이 장기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허덕이고 있다.

경상북도는 '수출주력형 고품질 수송관 개발 및 시험인증기반구축'(이하 수송관 시험인증 기반구축) 사업을 통해 포항 철강산업 침체의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

◆우리나라 에너지강관산업의 암울한 현실

최근 에너지 개발사는 극한지 자원개발 확대로 인해 높은 신뢰성을 갖는 에너지강관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API(American Petroleum Institute'미국석유협회) 제품 품질 인증도 강화하고 있다. 그래서 외국 제철소에서는 에너지사 수요에 맞춘 강관을 개발하고 시험'평가까지 자체 진행한 다음 에너지 개발사에 공급한다.

강관이란 내부에 빈 공간이 있는 봉 형태를 띠는 철강 제품을 말한다. 강관은 배관용, 구조용, 보일러 및 열교환기용, 전선관 등으로 쓰인다. 이 가운데 에너지강관 제조산업은 지하에 매장된 원유, 천연가스, 셰일가스 같은 에너지원을 채굴하는 데 필요한 강관과 채굴한 에너지원을 수송하는 데 필요한 강관을 제조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 에너지강관 시장은 6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2020년에는 9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암담하다. 경북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세계 에너지강관 시장 점유율은 5%에 불과하다. 국내 에너지강관 생산구조는 제철소와 강관제조사가 따로 분리돼 소재 개발과 생산기술 개발을 별도로 진행하는 산업구조다. 산업구조적으로 중소'중견기업은 자체적으로 시험평가와 공정기술 개발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

현재 현대제철, 휴스틸, 하이스틸 등 우리나라 강관협의회에 등록된 전국 17개 강관기업 중 포항에만 7개 회사(세아제강, 스틸플라워, 넥스틸, 넥스틸큐앤티, 아주베스틸, 미주제강, 한국맥케이)가 있다. 이들 회사는 에너지 개발사 벤더로 등록해 직접 공급하기보다는 중간 유통상을 통해 수출하는 데 그친다.

앞으로 60조원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에너지 개발사에 벤더로 등록해 직접 수출하는 산업구조로 바뀌려면 시험평가 기반과 에너지강관에 특화된 지원기관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수송관 시험인증 기반구축 사업 필요성이 제기됐다.

◆수송관 시험인증 기반구축 사업이 그리는 미래

세계적으로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되는 악재에도 올해 우리나라 에너지강관 수출이 반등에 성공했다.

29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유정용 강관, 송유관 등 에너지강관 수출량은 7만5천573t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4만2천757t에 비해 76.8% 증가했다.

하지만 반짝 상승에 따른 기대감으로 에너지강관 생산을 섣불리 늘릴 수는 없다. 현재 주력 시장인 미주지역에서 유가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인한 신규 유정 굴착 감소에 따라 유정관과 송유관 수요가 급감한 상황이다. 이에 국내 강관업체들은 수출 확보의 난제를 풀기 위해 중동이나 동남아 등 신흥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품질인증 등록이 된 세아제강을 제외한 여타 회사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이 문제를 타개하고 수출 다변화를 끌어낼 방안 역시 경북도가 추진하는 수송관 시험인증 기반구축 사업이다. 이 사업은 올 1월 '2017년도 산업통상자원부 광역거점 신규사업'에 선정됐다.

수송관 시험인증 기반구축은 모두 183억원을 투자하는 사업으로 ▷시험평가동 건립(38억원) ▷시험평가장비 구축(장비 19종, 118억원) ▷산업기술 개발 및 기업 지원(27억원) 등으로 구성되며 포항권에 인프라가 만들어진다.

포항금속소재산업진흥원에 따르면 현재 강관 수출량 약 380만t이 기술적 측면에서 진입 장벽이 낮은 용접강관에 70% 이상 쏠려 있다. 경북도는 이 사업이 끝날 때쯤이면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로 인해 2천268명(편익분석 결과)의 신규 고용창출 효과와 함께 에너지강관산업 세계 3위 진입(현재 6위), 세계시장 10%(현재 5%) 이상 점유, 수출 10조원(현재 3조원) 달성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게 되면 포항제철의 강판을 공급받아 에너지강관을 생산하는 지역 주력 강관회사들은 앞으로 판재의 적합성, 최종 강관의 인장, 파괴, 부식 등 성능시험분석과 인증체계가 갖춰지게 돼 고품질의 시험인증을 요구하는 미국석유협회 등 외국 정유사와의 거래가 원활해질 전망이다. 또 제철소와 강관제조사가 분리돼 강관 품질인증에 어려움을 겪던 지역 업체에 새로운 활로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성익 경북도 신성장산업과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한국산 에너지강관이 세계적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한다면 수출 증대를 통한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포항 경기 부활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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