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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수상(隨想)] 노병의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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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병조
성병조

한국전쟁 참전 용사이면서 등산을 좋아하시던 장인어른이 보훈병원을 거쳐 요양원에 입원한 지가 거의 10여 년에 가까워 온다. 호랑이도 무섭지 않을 정도로 위세를 떨치던 기골은 온데간데없이 병상에만 누워 계시는 모습이 여간 안쓰러운 게 아니다. 긴 세월 동안 병간호를 위해 애쓰시는 장모님의 노고는 물론이거니와 가족들의 마음 씀씀이도 고맙기 그지없다. 그런 처가 분위기 속에서 나는 남들보다 일찍 세상 떠난 부모에게 하지 못한 효도를 처부모에게 대신하려 애쓰는 중이다.

큰 병증은 없다지만 노구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팔순 중턱의 장인어른에게는 여행이 명약임을 익히 알아온 터이다. 틈만 나면 나서기를 좋아하는 우리 부부. 어차피 두 사람이 가는 길인데 텅 빈 승용차 뒷자리를 채우는 게 무슨 대수랴. 편찮으시기 전에도 뒷좌석은 항상 처부모님에게 내어 드리지 않았던가.

그런 생활에 익숙해져 있는데 요양원에 계신다고 중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행에 맛 들인 장인어른의 옛 향수는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요양원에서 지루한 나날을 보내다가도 승용차를 타고 먼 길을 다녀오면 여행에서 충만된 기운이 얼마 동안 노구를 지탱하는 에너지가 되곤 하였다.

나들이 때는 휠체어와 함께 식사준비까지 해서 떠난다. 제대로 걸을 수도 없고, 또 밥을 먹을 때 흘리기도 하는 장인어른의 형편을 감안하여 착안한 묘책이다. 명승지마다 세워진 휴게소나 정자를 우리의 식사 장소로 이용한지는 무척 오래된다. 대중음식점은 불편한 몸을 부축하여 들어가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바라보는 주위 시선도 그리 달가워 보이지 않아 고심 끝에 찾은 방법이다.

장인어른의 편의를 위해 승용차를 식사 자리 근처에 바짝 다가 세우고 준비한 음식을 펼쳐 놓으면 어디 내놓아도 부럽지 않은 대자연 속의 향연이 되고 만다. 상큼한 공기, 눈부실 만큼 아름다운 정경, 사랑하는 가족들이 둘러앉아 함께 나누는 야외 만찬을 어디에 비길 수 있으랴.

이런 우리들의 흥겨운 나들이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오랜 병상의 어른인지라 언젠가는 우리 곁을 떠나고 말 것이다. 항상 목에 걸고 있는 자랑스러운 무공훈장도 주인을 잃고 나면 계속 빛나기만 할 수 있으랴. 조금은 귀찮게 여겨지더라도 돌아가신 후 아쉬움을 남기지 않으려면 주저하지 않고 나서는 게 도리일 것이다. 거동이 불편한 어른을 휠체어에 모시고 긴 시간 여행을 다녀오면 모두의 마음이 흐뭇해지는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는 일이다. 오늘도 아내와 함께 점점 쇠잔해져 가는 노병(老兵)의 외출을 돕기 위해 보훈요양원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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