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더치페이 좋지만…아예 먹지도, 만나지도 말자"

김영란법 첫날, 대구경북 관광서 표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된 28일 낮 대구시청 지하 구내식당이 공무원들로 북적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된 28일 낮 대구시청 지하 구내식당이 공무원들로 북적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김영란법은 '각자 내기'라는 새 문화도 가시적으로 만들어냈지만 '아예 먹지도 말고, 만나지도 말자'는 분위기 역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식당 등 서비스업 전반에 불어닥칠 파장에 대한 걱정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이유다.

"사장님을 비롯해 많은 간부들이 점심시간 구내식당을 이용했습니다. 오늘 저녁도 사장님은 구내식당에서 식사하고 숙소로 갈 예정입니다."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김천혁신도시 내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회사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보수적으로 움직이자'는 것.

김천의 한국전력기술 관계자도 "대다수 직원이 오늘 구내식당을 이용했다. 사장님도 함께 자리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각자 내면 된다고 하지만 혹시라도 시범 케이스가 되면 안 되기 때문에 당분간은 바깥나들이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영란법 위반에 대한 과태료 처분 및 형사처벌을 담당하는 판검사들도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다. 경북도 내 한 지원과 지청의 판검사들은 28일 "지원, 지청 산하 위원회가 없는 날은 사무실 또는 각자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해결할 것"이라며 "점심은 판검사들이 각자 회비를 내 충당한다"고 했다.

대구경북지역 행정기관 구내식당은 김영란법 시행 첫날 크게 붐볐다.

이날 점심시간 대구시내 구'군청 구내식당은 많은 공무원들로 붐볐다.

서구청 경우, 평소 구내식당 점심 이용자 수가 300명을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이날 305명이 구내식당을 이용했다. 법 시행 전날인 27일은 263명이 찾아 하루 사이 이용자가 16%(42명)나 늘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이미 몇 달 전부터 법 시행과 관련해 내부에서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다 보니 얼마 전부터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직원들이 많다. 외부 업무가 많은 직원들도 '오해를 사고 싶지 않다'며 앞으로는 가급적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겠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접대 손님으로 붐비던 고급 한식당들은 손님이 뚝 끊겼다. 28일 점심시간, 대구 수성구 한 고급 한식당은 200대 규모의 주차장 중 160대 자리를 막아둔 채 운영하고 있었다. 손님이 줄어 주차장을 다 쓸 필요가 없기 때문.

이 식당 주인은 "예상했던 대로 손님이 딱 절반으로 줄었다. 오늘 예약손님은 공공기관은 하나도 없고 주부들 계모임이나 친구들 모임이 전부"라고 했다.

법 시행 전 1만8천원짜리 점심 특선 메뉴를 만들었던 한 식당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식당 관계자는 "공무원이나 교직원처럼 공직에 있는 사람들이 오늘은 아예 외부에서 식사를 하지 않는 것 같다. 앞으로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면 어쩌나 고민"이라고 했다.

경북도청이 '적극적 만남'을 주문하고 나섰지만 도청 및 예천군청 공무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예천의 소고기 전문점과 횟집 등은 김영란법 시행 첫날 저녁 손님 예약이 전혀 없었다.

경북도 내에서는 "축제를 망치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번지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이 우려되는 것이 송이 축제. 봉화군이 '20회 봉화송이축제'의 첫 행사인 30일 환영리셉션을 취소했다. 출향인사나 지역 유지 및 기관단체장 등이 참석하는 행사인데 송이 축제인 만큼 식사 때 송이를 내놔야 할 텐데 이렇게 되면 한 끼 식사값이 3만원을 훌쩍 넘어버린다는 것이다.

봉화군 관계자는 "송이 축제 행사인데 식사에 송이 한쪽 올리지 않을 수도 없어 아예 만찬 행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