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기업들 "성과연봉제 부담된다"

적용할 직무 많지 않고 '쉬운 해고' 노조도 반발

철도노조가 도입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근무 평가 등급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숙지지 않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도 성과연봉제 폐지를 목표로 철도노조와 건강보험노조, 국민연금노조 등이 대대적 연대파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연대파업에 동참했던 대구지하철노조와 한국가스공사노조는 최근 전면 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일부 복귀했다. 그러나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해 성과연봉제 논란이 지역 민간 기업으로 옮겨붙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성과연봉제=쉬운 해고

대구 기업들은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데 부담스러운 눈치다. 성과연봉제를 적용할 만한 직무가 많지 않고, 앞서 제도를 도입한 전국 공공기관도 파업 등 내홍을 겪고 있다 보니 뒤따르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반발도 걸림돌이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조정훈 수석부본부장은 "성과연봉제의 문제는 해고 가능성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제도 도입 후 기관'기업이 입맛에 맞지 않는 직원을 비전공 부서로 돌려 저성과자로 낙인찍어 해고할 여지가 있다. 꼴찌를 해고하고 나면 또 다른 꼴찌가 해고자 후보로 전락하는 등 노동 현장에서 부작용이 클 것"이라 지적했다. 대구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직원들이 반발할 것이 뻔히 보이니 지역 기업들은 이런 제도를 앞장서서 도입하기 부담스러운 눈치다. 대다수가 중소기업인 지역 특성상 성과연봉제를 적용할 만한 직무가 많지 않은 점도 기업들이 제도 도입을 하지 않고 있는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대구 달서구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자동화 공정이 적용된 생산직에서 고성과자와 저성과자를 가려내려면 억지로 기준을 쥐어짜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노사 협의를 거쳐 취업규칙을 바꾸는 일이 더 수고로울 것"이라며 "완제품'소비재 업체의 영업직 사원이 아니고서는 성과연봉제 적용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호봉제+무조건 정년보장=공멸'

이런 반발에도 불구, 정부와 기업들의 의지는 확고하다. 성과연봉제 도입은 피할 수도, 늦출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호봉제와 정년보장제로는 험한 파고를 넘을 수 없다는 논리다.

우선 직원의 능력에 따라 급여를 결정할 수 있어 임금'인재 관리가 수월하다는 점을 이 제도의 장점으로 꼽고 있다.

근속연수'직급에 따라 일률적으로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기본 호봉제와 달리 성과연봉제는 직원의 업무 능력과 성과를 등급별로 평가해 연봉에 차이를 둔다. 이에 따라 고성과 직원은 이듬해 임금을 높여 받고, 성과가 평균 수준인 직원은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임금을 인상하거나 동결할 수 있다. 규정을 정하기에 따라 저성과 직원은 급여를 삭감하는 것도 가능하다.

등급 산정이나 등급별 임금인상률 등은 기업별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달성한 성과만큼 임금을 지급하면 되므로 대부분의 기업은 성과연봉제를 선호한다. 또한 동기 부여를 통해 기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우수 인재 확보도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CEO컨설팅 관계자는 "일을 잘하고 성과를 내는 직원에겐 인센티브를, 일도 못하고 안 하고 성과도 못 내는 직원에게는 처벌을 내리는 성과연봉제는 기업입장에서는 환영받을 수밖에 없는 제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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