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울릉의 예산 낭비 특혜 행정, 그냥 두면 덧난다

울릉군이 울릉 경찰 간부와 울릉 군청 간부를 위해 각각 1억원 가까운 예산을 쓴 사실이 잇따라 제기됐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이 흐지부지되고 있다. 경찰과 군청은 되레 제보자 찾기에 골몰할 뿐 수사와 감사 같은 일에는 아예 무관심하다. 경북도 역시 의혹에 대한 형식적인 파악만 할 뿐 진상 규명에는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두 일은 여러 면에서 특징이 있다. 우선 특혜를 받은 대상이 경찰과 군청의 간부라는 점은 다르지만 모두 울릉 출신이다. 또 이들에게 특혜를 준 수법은 아예 판박이다. 공사 예산은 2년에 걸쳐 나눠 집행했다. 경찰 간부 땅에는 3차례, 군청 간부 땅에는 2차례로 쪼갰다. 게다가 공사 관련 서류마저 허위로 적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땅 주인 이름을 엉뚱한 주민으로 적거나 관련 서류에 현장과 다른 사진을 붙여 마치 공사가 간부들과 관계없는 것처럼 꾸몄다.

겉으로 특혜가 아닌 정상적인 업무 처리로 보이기 위함일 것이다. 치밀한 계산 아래 이뤄졌다는 사실과 함께 일련의 조각 행정을 맞춰 보면 두 사람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것임을 짐작게 한다. 이는 미리 관련 공무원과의 짬짜미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특혜가 아니라는 군청의 해명은 궁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결국 군청은 경찰 간부에게는 9천100만원을, 군청의 서기관에게는 9천300여만원의 헛된 예산을 들여 특혜를 준 셈이다.

두 일의 추진 시점도 의심스럽다. 경찰 간부에 대한 특혜 공사는 2012~2013년, 곧이어 군청 간부에 대한 공사는 2014~2015년에 진행됐다. 같은 성격의 행정이 간격을 두고 되풀이된 셈이다. 아울러 경찰과 군청이 의혹 규명보다 정보 유출자 찾기에 나선 것도 그대로 닮았다. 재발 방지보다 덮기 행정과 이런 1억원 안팎의 쪼개기 특혜 행정의 재연 가능성마저 시사한다. 고립된 섬의 울릉 경찰과 울릉 군청의 폐쇄 행정이 낳은 병폐가 아닐 수 없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은 이번 일을 덮어두고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는 같은 일의 반복을 돕는 것과 다름없다. 자칫 '시간이 면죄부'가 되는 울릉 행정을 조장하거나 버젓이 방치하는 꼴이 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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