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칼럼] 대구의 미래 먹거리가 안 보인다

덕원고
덕원고'미국 네브래스카대학(경영정보학 박사) 졸업. 현 달성군 군정자문위원. 현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현 공정거래학회 이사. 현 한국언론진흥재단 기금관리위원

물산업 클러스터에 착공 소식 감감

전기상용차 中·美에 비해 규모 작아

최고인재들 의대·치대·한의대 몰려

의료·제약 등서 새 먹거리 만들도록

지난주 학회 참석차 잠시 대구를 들렀다.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가는 동안 조금은 스산한 느낌을 받았다. 택시 기사도 대구가 점점 왜소해지고 있다고 얘기했다. 대구의 현안은 무엇일까? 누가 이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까? 고향 대구에 오게 되면 한 번쯤 되짚어 보게 된다.

지금 대구에서 역점을 두는 사업은 가시적으로 물산업과 전기자동차로 집약된다. 물산업이라 얘기하면 일반인은 조금은 생뚱맞다고 생각한다. 물산업이란 수자원의 확보, 취수 및 도수, 정수, 이용, 사용한 하'폐수의 처리, 재이용, 방류 등 물의 모든 주기와 관련된 경제적 활동을 일컫는다.

현재 세계 물 시장 규모는 600조원이 넘었고 이 규모는 자동차 시장의 절반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물 시장이라 함은 일반인은 생수시장을 상상하지만 이는 전체 세계 물 시장 규모의 12% 정도이고, 가장 큰 시장은 대수로 공사나 대규모 해수담수화 시설과 같은 공공시설이다.

현재 프랑스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베올리아(Veolia)는 중동의 수도시설, 담수화 사업으로 연간 2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다음으로는 수에즈(Suez)로 역시 프랑스 회사이다. 이 회사 역시도 담수화 시설, 폐수 처리, 슬러지 생산 감소, 부산물 재생 등을 통해 연간 10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의 ITT(4조1천억원)와 GE(2조8천억원), 영국의 테임즈워터스(Thames Water'3조7천억원), 독일의 지멘스(Siemens'1조9천억원)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해수담수화 1위 기업인 두산중공업(창원), 스페인의 이니마(Inima)사를 인수해 글로벌 물기업으로 도약한 GS건설(서울'용인), 글로벌 물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대전) 등이 있지만 대구와 연관관계가 그다지 많지 않다. 현재 물 관련 기업의 유치는 대구국가산업단지 물산업 클러스터 내 3만2천261㎡ 부지에 총 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롯데케미칼이 돋보인다. 하지만, 올해 7월 착공 예정이었으나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그 외에 이렇다 할 유치 실적이 없는 형편이다. 그리고 이 시장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화수분과 같이 인재를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지역대학에서 환경 관련 학과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전기자동차 시장 역시 미래가 불투명하다. ㈜디아이씨와 르노삼성'대동공업 컨소시엄이 1t 전기상용차를 조만간 선보이겠다고 선언하였다. 하지만 중국이나 미국에 비하여 이미 경쟁력을 잃은 것이 아닌가 한다. 일단 생산공장의 규모가 너무 작고 투자되는 금액이 적어, 동력을 잃은 대구 경제를 되살리기에 역부족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세계 전기자동차 판매 동향을 보면, 중국의 판매량은 12만2천678대로 가장 많으며, 미국, 노르웨이, 프랑스, 일본, 독일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중국의 토종 기업인 비야디(BYD)는 올해 상반기 전기자동차 판매 순위에서 4만3천200대로 선두를 차지했다. 비야디는 지난해 6만1천722대의 전기자동차 판매로 세계 전기자동차 판매량 1위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전기자동차 판매량의 경우 전년대비 235%가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도 776억위안(13조원)으로, 300%를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2016년 상반기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의 톱 20 브랜드 중 중국 기업이 9개나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와 물산업과 같은 중후장대 산업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중국의 학습능력은 자국 내 시장 규모가 우리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빠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학에서 공급하는 고급 인재 역시도 글로벌 화교망을 활용한 중국보다 우리가 취약하다. 입시철인 지금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들이 의치한(의대, 치대, 한의대)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전에 컴퓨터공학의 우수한 인재가 IT코리아, 기계공학도가 자동차'조선을 이끈 것처럼 의치한 인재들이 의료, 제약, 바이오와 같은 산업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특히 내륙인 대구에서는 부피가 작고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하지 않으면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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