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결자해지<結者解之>

2년 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전 10시 첫 서면 보고를 받은 후 오후 5시 15분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른바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이 최순실 씨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번지고 있다. 그저께 리서치뷰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7명은 '최순실 씨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 했다. 박 대통령은 말이 없고, 의혹은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해 10월 12일, 논란 속에 국정 한국사 교과서 발행 계획이 발표됐다. 박 대통령은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며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차은택 씨 외삼촌으로 알려지면서 국정교과서 역시 '최순실 교과서' 의혹에 직면했다. 역사학계는 '국정화 중단' 시국선언을 했다. 교육부는 예정대로 오는 28일 그동안 제작한 국정교과서를 필진과 함께 공개하겠다고 했다. 최 씨가 직접 개입한 증거는 아직 없지만 사학계의 보수'진보 갈등은 '순실 왕조실록' 의혹으로 번질 게 뻔하다.

올해 2월 10일, 개성공단이 하루아침에 전면 폐쇄됐다. 입주 기업에 귀띔도 없는 전격 폐쇄였다. 평화의 마중물이라던 개성공단이 북한 핵개발 자금줄로 찍힌 것이다. 통일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확정된 것이라 했다. "최순실과 그 비선 모임에서 개성공단 폐쇄도 논의했다"는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의 폭로가 있었다. 통일부의 진정성도 의심받고 있다. 공단은 폐쇄됐지만 북한 핵실험은 계속되고, 정부를 믿고 간 124개 입주 기업만 거덜났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는 돌고 돌아 제자리,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났다. 밀양과 가덕도 중 한 곳이 될 줄 알았는데 5년 동안 갈등만 키웠다. 사드 배치 문제도 매끄럽지 못했다. 시중에는 작년 말부터 최순실이 사드 배치를 이야기하고 다녔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굵직한 주요 국가 정책이 적절한 소통 없이 결정되다 보니 이제는 모두 '최순실표 정책'으로 의심받게 됐다.

이뿐이 아니다. 자고 나면 새로운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더 설득력을 얻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 의혹은 시간이 갈수록 박 대통령을 최순실 게이트의 중심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박 대통령의 '불통'(不通)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국무회의든, 수석비서관회의든 대통령이 토론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일, 정무수석 재임 11개월간 대통령과 독대는 없었다고 했다. 같은 날,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역시 대통령과 대면(對面) 보고를 한 게 한 달이 넘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지만'근령 씨 등 가족들의 충고와 직언도 외면했다.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찍어내듯, 9월에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문제를 지적하던 이석수 특별감찰관도 내쳤다. 정윤회와 최순실 관련 내사를 벌이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현 민주당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최순실 등 비선조직과 문고리 3인방뿐이었다. 이들은 이제 수사 대상이 됐다. 박 대통령에 무한 지지를 보냈던 TK의 콘크리트 지지율도 한 자릿수 이하로 떨어졌다. 민심의 지진이다. 탄핵과 하야 목소리도 서슴없다. 박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속에서 지워지고 있다. 불통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다. 친인척도 아닌 박 대통령이 직접 관련된 문제다. 해법의 첫 단추는 검찰이 아니다. 친박은 더욱 아니다. '소통'이 첫째다. 대통령이 직접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국민 앞에 고해성사가 필요하다. 새누리보다 야 3당과 먼저 소통해야 한다. 하루가 급하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분노하고 좌절하는 국민을 보듬어야 한다. 위로받을 사람은 박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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