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해야 하는데 이런 자리에 나와 시위를 해야 한다니…."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한 한 취업 준비생의 한숨 섞인 넋두리다. 취업 준비에 눈코 뜰 새 없는데도, 나라 걱정을 하는 한 청년의 절절한 심정이 가슴에 와 닿았다.
최순실 사태는 청년 학생들에게 현실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학업, 연애, 취업에만 골몰하던 젊은이들이 나라 걱정을 하며 속속 행동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학생은 물론이고 어린 중고생까지 시국선언'시위 등을 하고 있으니 우리의 정치'사회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다. 마치 어른의 잘못을 젊은이들이 뒤치다꺼리하는 듯하다.
전북 익산 원광고 학생회는 "정유라 누나! 이화여대 합격한 거 축하해!"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교내에 붙였다. '우리도 명문대 들어가고 싶은데 우리 능력이 부족하고 부모님이 평범하셔서 비싼 말은 못 사주신대…최선을 다해 공부한 누나들은 그 대학교에 입학하지 못해서 울었을 텐데…누난 부자 부모님 잘 둔 그 능력으로 학교 교칙도 바꾸고 들어간 거 대단해…우리 학생들은 공평한 시스템 내에서 공평한 심사를 받을 권리가 있고 그럴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어. 우리의 꿈과 희망 그리고 조금이나마 남은 마지막 믿음을 지켜줘…."
전북 김제에서는 중학생들이 경찰서를 방문해 집회신고를 하고, SNS로 홍보해 자발적으로 거리 시위를 벌였다. 부산의 한 고3 학생은 서울 광화문에서 8시간 동안 일일 시위를 했다. 이 학생은 "불의를 알고도 묵인하는 정치인과 행동하지 않는 어른들을 보면 답답했다. 수능이 얼마 안 남았지만 행동으로 어른들에게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청년 학생들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때는 국가적인 격변기였다. 3'1운동, 광주학생운동 등 일제강점기부터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에 이르기까지 청년 학생들은 불의에 대항해 기꺼이 거리로 나섰다. 학생들의 애국심과 용기는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기득권과 구태에 안주한 기성세대의 잘못은 용서받을 길이 없다. 최순실과 그 패거리가 대통령 뒤에 숨어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있어도 지금까지 누구 하나 막지 않았다고 하니 과연 제대로 된 사회인가. 보편적인 법 정신과 정상적인 시스템이 작동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학생들이 공부보다는 나라 걱정을 하는 것은 전적으로 어른들의 잘못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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