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처지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민 신뢰를 잃은 데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이고 지지 세력까지 등을 돌린 상태다. 지난 2일 전격적으로 김병준 총리 카드를 제시했지만, 그것마저 야당의 거부로 어렵게 됐다. 현재로선 박 대통령이 '2선 후퇴'라는 비장한 각오를 하지 않는 한 국정 혼란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청와대가 '책임총리제' '총리에 막강한 권한 부여' 등을 강조하지만, 국민이나 야당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오히려 박 대통령이 총리만 바꿔 놓고 예전처럼 국정 주도권을 유지하려 한다고 의심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권한을 내려놓거나 총리에게 일부 나눠줄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이 4일 대국민 담화에서 총리 권한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지만, 청와대 참모들의 발언에서 대통령의 심중을 어느 정도나마 짐작할 수 있다. 정진철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은 3일 국회에서 "김 신임 총리 내정자를 내치(內治) 대통령이라고 언급한 말은 청와대에서 나온 적이 없다"면서 "총리 내정자에게 내각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정도로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저의 추측"이라 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7일 "김 총리 내정자에게 현행법에서 수행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막강한 권한을 드릴 것"이라며 "내치'외치는 정치적 표현일 뿐 현행법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정치권에 여야 영수회담 개최, 총리 인준 절차 개시 등을 요청하고 있으니 '양보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기본을 모르는 행동이다. 대통령이 새 출발할 자세가 되어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야당이 협조할 리 없다.
박 대통령이 야당의 요구나 주장을 시시콜콜 수용할 필요는 없지만, '2선 후퇴'를 마다하지 않는 결단을 내려야 꼬인 정국을 풀 수 있을 것이다. 대화와 타협을 하려면 대통령의 '2선 후퇴'는 기본 전제가 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지키려 하다간 더 큰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박 대통령은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