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안→거절→제안→거절…맴도는 국정혼란

거국중립내각·총리추천권… 야권 요구 대부분 수용했지만 "일고의 가치 없다" 협상 거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사실상 국정 마비가 장기화하면서 정국 해법을 놓고 청와대와 야당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일 '국회 추천 총리 카드'를 제안했지만 야당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거부하면서 꼬인 정국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정치권 일각에선 국정 위기 1차 책임자인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거국중립내각, 총리의 국회 추천권, 특검 등 야권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는데도 야당이 계속 협상에 임하지 않으면 국정 공백에 대한 '거야(巨野)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1차 대국민 사과가 있었던 25일, 야당은 청와대 비서진 전면 교체와 특검 도입 요구를 주장했다. 또 야당은 최순실 사태에 대해 일방적인 변명과 부실한 해명만 쏟아낸 대통령의 사과문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달 30일, 악화된 민심을 읽은 청와대는 비서진 전면 개편을 단행했다. 이날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김재원 정무수석, 김성우 홍보수석이 옷을 벗었고,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정호성 부속'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의 사표가 전격 수리됐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표도 그제야 받아들였다.

대통령과 야당의 관계는 김병준 국민대 교수의 국무총리 내정 이후 더 악화됐다. 2일 오전 청와대는 김 내정자의 총리 임명을 발표해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놀라게 만들었다. 거국중립내각을 처음 주장했던 야당은 국회가 합의한 인물을 대통령이 총리로 임명하길 원했지만 박 대통령의 일방적 인준 강행으로 그나마 있던 야당의 협상 의지까지 없애버린 것이다.

지난 4일, 대통령의 2차 대국민 사과 이후에도 야당의 반응은 싸늘했다. "특검 수사도 받겠다"며 박 대통령이 물러서는 듯했으나 문제의 핵심인 총리 인선 철회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지난 7일 "총리 지명을 철회하는 선결 조치가 있어야 만날 수 있다"며 여야 대표와 대통령의 영수회담을 요청하러 온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의 면담마저 거절했다.

지난 8일, 박 대통령은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기 위해 국회를 깜짝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면 임명하겠다"며 사실상 김병준 총리 카드를 접었다. 하지만 야당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대통령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정치권에서는 여당과 함께 국정을 수습해야 할 책임이 있는 야당이 정치적 계산만 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의 모든 제안(거국내각, 특검, 총리 국회 추천권)을 다 받았다. 더 이상 뭐가 남았냐"며 야당 책임론을 들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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