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깜짝 제안→靑 수용→전격 철회…14시간 만에 체면 구긴 추미애

"퇴진 촉구 민심 거스르고 야권 공조 깨트리는 행동" 의총서 강력 반대 부딪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갖기로 한 '영수회담'(15일)을 14일 오후 늦게 전격 철회했다. 이날 오전 6시 30분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정국 해법 마련을 위한 담판 성격의 영수회담을 제안한 지 14시간 만이다.

추 대표는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제1야당의 대표로서 대통령이 민심을 외면하지 않도록 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박 대통령의 결심을 끌어내보겠다"며 영수회담 제안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이를 번복한 것이다.

청와대는 15일 오후 3시로 영수회담을 못박고 준비 절차를 진행하던 중 뜻밖의 일방적인 철회 통보를 받게 됐다. 오전엔 제안, 오후엔 철회. 추 대표의 '조변석개'(朝變夕改'아침에 바꾸고 저녁에 고침)의 배경은 당내의 반발 탓이다.

추 대표는 이날 오후 당 의원총회에서 "현 시점에서 박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은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며, 야권 공조를 깨트리는 만큼 참석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다수 의원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쳤다.

사실 추 대표의 영수회담 전격 제안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카드였다. 박 대통령의 영수회담 제안을 거부해 왔고, 또 100만 촛불로 피어오른 민심으로 코너에 몰린 쪽은 청와대인데, 정국 해법의 '키'가 될 영수회담 제안을 추 대표가 꺼냈으니, 당연히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추 대표는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영수회담 제안을 설명했지만, 지도부 가운데서도 일부만 알고 있었을 정도로 급작스러운 발표였다. 의원총회의에서 당 총의를 모으지도 않았다. 문재인 전 대표 측도 "추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과 관련 문재인 전 대표는 사전에 협의하거나 연락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당내에서 촛불집회 이후 대통령 탄핵 절차를 밟거나 하야 투쟁을 벌이자는 강경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추 대표가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한 '정치적 해결'에 나서기로 한 셈이서 이번 최순실 사태 정국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주목됐지만, 국민의당'정의당 등 다른 야당과의 공조 파열음 등 당 안팎에서는 우려가 많았다.

추 대표가 결국은 당의 총의를 받아 영수회담을 백지화했지만, 깜짝 제안→청와대 수용→철회의 과정에서 보인 모습은 제1야당 대표로서의 경솔했던 단면을 보여줬다. 더욱이 이번 영수회담이 갖는 정치적 함의가 컸다는 점에서 추 대표의 '단독 플레이'와 '번복'은 추 대표 개인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체면을 구긴 일화로 남게 됐다.

의총에서는 야권 공조의 균열이 깨질 것을 우려하고, 이제라도 회담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들은 "공당의 체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회담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철회를 해야 한다는 다수 의견을 넘어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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