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혐한 시위 단골 장소 도쿄 번화가 한류 상권 36% 줄어

최근 수년간 혐한 시위가 계속되면서 일본의 대표적인 코리아타운인 도쿄 신오쿠보(新大久保) 번화가의 한국 상권이 크게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은 신주쿠한인상인연합회의 집계 결과 2012년 봄 500곳이었던 신오쿠보역 주변 상점가의 한류 상품 판매점, 한국 음식점 등 한국 관련 점포가 지난 8월 현재 320곳으로 36% 줄었다고 15일 보도했다.

도쿄 신주쿠(新宿)구의 신오쿠보 번화가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전후해 한국 음식점 등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코리아타운으로 발전했다. 한류 팬과 한국 음식 애호가들이 몰려들며 '한류 1번가'로 큰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이후 한국 가게들이 하나 둘 줄어들었고 대신 다른 아시아 국가 관련 가게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인도, 네팔, 태국, 베트남 음식점이 늘어나고 중국인 관광객 대상 면세점도 생겼다. 베트남 사람들이 몰리며 인터넷 카페도 무더기로 문을 열었다.

신문은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혐한(嫌韓) 시위가 이어지며 단골 집회 장소가 된 것이 한국 상권이 작아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상인연합회의 오영석 회장 역시 "한국 가게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혐한 시위"라며 "한류 열풍에 큰 변화가 없었지만 걸핏하면 혐한 시위가 열렸고 가게를 접는 상인들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9년 발행된 '신오쿠보 코리안타운 가이드'를 봐도 당시 책자에 소개된 한국 관련 가게 70곳 중 현재는 절반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신문은 주로 한국 영화가 상영됐던 '신오쿠보영화제'의 상영작들이 한국 외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영화와 함께 상영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지난 3~7일 열린 올해 이 영화제에는 예년과 달리 인도, 베트남 등의 영화가 한국 영화와 함께 상영됐다.

이처럼 '탈(脫)한류' 분위기가 가속화되자 이 지역 상인들은 거리의 분위기를 한류 상점가에서 다문화가 공존하는 상점가로 변화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오영석 회장은 "동료 상인들과 상의한 끝에 한국인과 관련된 것만을 추구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며 "(한국 관련 상점이 아닌) 주변 상점까지 고려해 작년 9월부터 운영 중인 무료 셔틀버스도 이 같은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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