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250명이 안 찾아간 여성청소년 생리대

특정 물품만 줘 신청자 저조…확보 분량 남아 대구시 고민

'신발 깔창 생리대' 사건으로 저소득층 여성청소년 생리대 지원사업이 시작됐지만 현실성 없는 정책으로 외면받고 있다.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탓에 사춘기 여성청소년이 먼저 나서 신청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특정 물품을 지원해 주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개인 기호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8월 경제적 사정으로 생리대를 사지 못하는 여성청소년을 위해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배분사업비 1억원을 확보, 저소득층 여성청소년 생리대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생리대가 필요한 여성청소년이 각 구'군 보건소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자격을 확인해 대상자를 선정, 3개월 동안 사용할 생리대 6팩을 희망 배송지로 전달하게 된다.

하지만 신청자가 폭주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호응은 미미했다. 지난 9월 기초생활수급권자(교육급여 대상자 제외) 가정 만 11~18세 여성청소년 6천300여 명을 대상으로 지원받은 결과 1천550명이 신청했다. 이에 10월에는 차상위계층을 포함한 1만8천여 명을 대상으로 지원을 받았지만, 신청자는 더 줄어 1천299명에 그쳤다. 결국, 미리 확보했던 5천여 명 분량 중 2천250명 분량은 그대로 남았다.

여기에 정부 사업 분량까지 더해질 예정인 탓에 대구시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대구시는 정부 보조금 1억5천여만원으로 연내 1만4천298명 분량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 대상자는 지역아동센터 등 시설이용 저소득 여성청소년과 기초생활수급권자 중 의료, 생계급여 대상 가구 여성청소년이다. 하지만 택배 수령이 아닌 보건소와 시설 직접 수령이 원칙이어서 신청자는 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현물 지원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정영태 대구여성가족재단 정책개발실장은 "한국 사회에서는 슈퍼에서 생리대를 사고 검은 봉지에 담아 나오는 보수적인 분위기가 여전해 적극적인 신청이 어렵다"며 "1회 지원 분량을 6개월로 바꾸거나 이미 정해진 물품을 받는 방식에서 평균 생리대 구매 비용을 바우처 형태로 지급해 개개인이 선호하는 제품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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