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이 응급실로 달려가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봤다. 나중에 물어봤더니 40대 후반인 처남이 심장이 쿵덕쿵덕 뛰어 응급실로 갔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도 병원으로 달려갔다고 했다. 처남의 병명은 저칼륨혈증이었다. 이미 두 번째 경험이라고 했다.
며칠 후 지인의 처남을 만나게 됐다. 그는 10년 넘게 고혈압약을 복용했고, 저칼륨혈증의 원인은 잘 모른다고 했다. 그에게 부신종양일지도 모르니 호르몬 검사와 CT 촬영을 해 보라고 권했다. 담당교수는 내 의견을 받아들여 검사를 했고, 부신 양성종양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부신'(副腎)은 콩팥 바로 위에 위치한 작은 쐐기 모양의 장기다. 신장과 가까운 곳에 있지만 신장 기능과는 무관하게 신체 대사에 중요한 부신피질 호르몬을 생산한다. 부신피질 호르몬은 저장된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등을 분해해 신체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운동선수들이 활력을 높이기 위해 불법 투여하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부신피질 호르몬이다. 또 다른 호르몬은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이다. 염류 또는 광물 코르티코이드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은 혈관을 직접 수축해 혈압을 높이고, 수분과 무기질의 흡수에 관여한다. 또 다른 호르몬은 혈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알도스테론이다. 알도스테론은 신장에서 수분과 염류를 흡수하고 칼륨을 소변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알도스테론이 너무 적게 생산되면 저혈압에 빠질 수 있고 과다하게 만들면 수분과 나트륨을 너무 많이 흡수해 고혈압을 일으키고 저칼륨혈증을 유발한다.
저칼륨 상태가 되면 심장박동이 불안정해져 가슴이 쿵덕거리게 된다. 알도스테론을 과도하게 생성하는 부신 종양은 악성이 아닌 1~2㎝ 크기의 양성종양이다. 그 때문에 오랜 세월이 지나도 아주 크게 자라거나 다른 부위로 전이되는 경우가 없다. 단지 호르몬 생성이 과도해 신체 기능에 이상을 초래한다. 복부 CT 촬영을 해보면 부신종양은 금방 알아낼 수 있다. 이 경우 복강경 절제수술로 큰 상처를 내지 않고 수술할 수 있다. 부신종양은 흔하지 않기 때문에 놓치기 쉽지만 간혹 저칼륨혈증을 발견한 동네의원에서 대학병원에 의뢰해 진단 후 수술하는 경우가 있다. 수술을 받은 환자는 동네의원으로 돌아가 진단해준 원장에게 감사하며 온 동네에 명의라고 소문을 내는 질환이기도 하다.
지인은 복강경 부신절제수술로 10년 이상 복용하던 고혈압약을 더 이상 복용하지 않게 되었고 또다시 가슴이 쿵덕거려 응급실에 갈 수 있다는 두려움을 떨치게 됐다. 놓치고 있던 고혈압 환자의 원인을 찾아내 수술로 치료하니 환자에겐 큰 위안이 됐다. 외과의사가 '소 뒷발로 쥐 잡은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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