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불가에 '남전참묘'(南泉斬猫)라는 유명한 공안이 있다. 당나라 때 마조 문하의 선승인 남전 화상에 얽힌 일화로 '무문관' '조주록' 등 여러 책에 나온다. 어느 날 선원의 수행자들이 다친 고양이를 놓고 동당과 서당 두 패로 갈려 다투었다. 이를 지켜본 남전 화상이 고양이를 잡아들고는 "누구든 고양이에 대해 한마디 말할 수 있으면 고양이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행자 중 그 누구도 말을 못하자 화상이 칼로 고양이를 죽여버렸다는 이야기다.

이를 풀어보면 고양이는 단순히 시비의 대상이지만 공부의 깊이를 확인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화상이 "무엇을 깨달았느냐?"고 다그치는데도 그들이 말을 못한 것은 자신의 대답에 고양이 목숨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고양이의 목숨에 연연해 갈팡질팡하다 말문이 막히면서 고양이를 잃고 만 것이다. 만약 코앞에 큰일을 두고 마음을 다잡지 못하면 거꾸로 내 목이 달아날 수 있음을 경계한 것이다.

'참묘'는 지금 대한민국의 온 국민이 집중하고 파고드는 화두나 다를 바 없다. 이번 주부터 본격화된 국정조사와 특검을 모두가 예의주시하는 것도 한마디 답을 듣기 위해서다. 국정을 농단하고 민주주의를 파탄낸 부정한 권력을 놓고 국회와 사법부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지켜보는 상황이다. 어떤 대답을 내놓느냐,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고양이의 목숨은 물론 국가 안위가 걸린 중대한 시기다.

그런데 아직까지 대답이 영 시원찮다. 민주주의 체제와 주권 회복을 향한 국민의 강한 일념과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3차 담화에 실망했고, 4월 퇴진을 놓고 우왕좌왕한 정치권에 분개했다. 지난 주말 6차 촛불집회 때 230만 명의 국민이 다시 거리로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촛불은 횃불로 커졌다.

국회가 9일 박 대통령 탄핵안을 놓고 표결한다. 국민의 입장에서 새누리당 친박집단은 이미 내놓은 자식이다. 하지만 이번 주 들어 일부 친박 의원들도 탄핵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결과가 어떻든 이제는 부정한 권력과의 인연을 끊어내고 정치를 바로 세울 때다. 만약 국회가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정치를 절단낼 것임은 물어보나마나다. 온 천지에 시원한 바람이 두루 도는 '청풍잡지'(淸風匝地)의 형국인데도 국회가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는 답답하다고 한다면 횃불이 어디로 번질지는 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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